<407>풋사과 풋사과 ―고영민(1968∼ ) 사과가 덜 익었다 덜 익은 것들은 웃음이 많다 얘들아, 너희들은 커서 잘 익고 듬직한 사과가 되렴 풋! 선생님이 말할 땐 웃지 말아요 풋! 누구니? 풋!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요 ---------------------------------------------------------------------------------------- ‘풋내’는 .. 시감상 2016.10.06
[칼럼 677]음주 軍紀/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19 역사상 가장 강했던 군대를 꼽으라면 역시 몽골군일 것이다. 13세기 인구 70만 명에 불과했던 몽골은 병력이 15만 명을 넘은 적이 없다. 페르시아 공격 때의 24만 명이 최대였다. 적지만 궁수로 구성된 경기마병(60%)과 긴 창을 주로 쓰는 중기마병(40%)이 번갈아 전광석화처럼 적진을 유린해 2.. 칼럼읽기 2016.10.06
<408>늙는 것의 서러움 늙는 것의 서러움 ―마광수(1951∼ ) 어렸을 때 버스를 타면 길가의 집들이 지나가고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어렸을 때 물가에 서면 물은 가만히 있고 내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타면 집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 시감상 2016.10.06
[칼럼 676]영화배우 최은희/김종호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13 한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가 많았던 흥행 대결은 서울 국도극장과 명보극장에서 각각 1961년 1월 18일과 28일 개봉된 ‘춘향전’과 ‘성춘향’의 승부였다고 할 수 있다. 두 명장(名匠) 감독이 한국 최고의 배우들을 동원한, 동일 고전의 동시 영화화였기 때문이다. 개봉은 10일 .. 칼럼읽기 2016.10.06
<409>“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데니즈 두허멜(1961∼ ) ―필리핀 어느 대학의 여자 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소녀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머리채에 광채.. 시감상 2016.10.04
[칼럼 675]노트텔/황성준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12 북한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자 기기가 있다. 노트텔(Notetel)이라는 중국제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인데, 작은 배터리만으로 DVD·USB·SD카드 등을 이용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으며 CD는 물론 USB도 재생할 수 있다. 라디오나 TV 튜너 기능이 있는 것도 .. 칼럼읽기 2016.10.04
<410>울울창창 울울창창 ―한세정(1978∼ ) 기다려라 관통할 것이다 나를 향해 나는 전진하고 나를 딛고 나는 뻗어나갈 것이다 손이 없으면 이마로 돌격하리라 절망이 뺨을 후려칠 때마다 초록의 힘으로 나는 더욱 무성하게 뿌리 내릴 것이다 기다려라 압도할 것이다 절망 위에 절망을 얹어 내가 절망의 .. 시감상 2016.09.28
[칼럼 674]특권과 책무/박학용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09 ‘노블레스 오블리주’. 우리 국민에게 아주 익숙한 이 용어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 종편 프로에 출연한 한 외국인이 “프랑스어 권에 있는 말이긴 한데 잘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단어를 접하면 로댕의 ‘6인의 칼레의 부.. 칼럼읽기 2016.09.28
<411>모르는 기쁨 모르는 기쁨 ―김이듬(1969∼ ) 해운대 바다야, 아니 바다 아니고 바닷가야. 작은 여자가 자기 머리칼을 한 묶음 손으로 쥔 채 몸을 숙이고 모래밭에서 한참 동안 뭔가를 찾고 있어. 그녀에게 뭘 그리 열심히 찾고 있냐고 물어보았지. 몰라도 된다고 하네. 나는 그녀가 그 백사장에서 썩어서.. 시감상 2016.09.25
[칼럼 673]‘스폰서’의 법칙 /이현종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08 스폰서 검사, 스폰서 판사, 스폰서 연예인, 스폰서 프로선수, 스폰서 정치인…. 남을 돕는 후원자라는 뜻의 ‘스폰서(sponsor)’가 한국에선 부패의 상징적인 단어로 변질됐다. 권력을 가졌거나 이름난 사람이 든든한 스폰서 하나 없으면 소위 잘나가는 그룹에 끼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 칼럼읽기 201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