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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77]음주 軍紀/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19

시온백향목 2016. 10. 6. 16:34

 역사상 가장 강했던 군대를 꼽으라면 역시 몽골군일 것이다. 13세기 인구 70만 명에 불과했던 몽골은 병력이 15만 명을 넘은 적이 없다. 페르시아 공격 때의 24만 명이 최대였다. 적지만 궁수로 구성된 경기마병(60%)과 긴 창을 주로 쓰는 중기마병(40%)이 번갈아 전광석화처럼 적진을 유린해 2만 명으로 8만 명 이상을 궤멸시키는 천하무적이었다. 적군의 머리를 쌓아 피라미드를 만들 정도였지만 전투 후 언제나 말 젖을 오래 발효시킨 쿠미스(kumys)란 술로 생사의 긴장을 달랬다고 한다.


 술과 같은 약물로 전투력을 향상시킨 사례는 동서고금에 흔하다. 도끼를 들고 바이킹의 선두에 섰던 잔인한 털옷 전사 베르세르크(berserk)들은 광대버섯을 먹은 순록의 오줌을 마셨다. 암페타민(각성제)이 다량 축적돼 있어 피로와 통증을 덜 느꼈고 평소보다 민첩하고 강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을 복용하기도 했으며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에게는 출격 때 술에 타 먹였다고 한다. 당시 독일군도 고강도 각성제인 퍼비틴을 복용했다. 근래 미군도 아프가니스탄 전투 당시 공군 조종사들에게 덱세드린이라는 각성제를 처방했고, 걸프전 때는 참전 조종사의 65%가 복용했을 정도다. 하지만 전체 미군과 연합군 사망자 중 4분의 1이 그 부작용으로 인한 오폭 때문에 희생되기도 했다. 감각을 마비시켜 두려움을 잊게 하는 술과 각성 물질은 군 수뇌부에겐 필요악()이었다. 반면 과음은 전투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두주불사 장수 장비가 대표적이다. 관우의 복수를 도모하다 술에 취해 곯아 떨어지는 바람에 앙심을 품은 부하 장수 장달과 범강에게 살해돼 음주 군기의 타산지석으로 회자된다.


 술로 이성을 잃어 벌어진 1986국방위 회식 폭력 사건의 주역 박희도 육군 참모총장은 그 이듬해 음주 군기를 바로잡는다며 술과 병영생활이란 책을 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술의 역사·술과 건강·칵테일 제조법 등 내용도 다소 낭만적이었다. 7월 육군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 캠페인지침을 전 부대에 하달했다. ‘음주는 1가지 술, 1차에 한해, 9시까지라는 119 원칙이며 이성 동반 2차 회식 금지도 포함돼 있다. 30년 만에 군 음주 지침이 재등장했지만 폭탄주가 없어지고 음주 군기가 바로 설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