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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75]노트텔/황성준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12

시온백향목 2016. 10. 4. 20:37

 북한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자 기기가 있다. 노트텔(Notetel)이라는 중국제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인데, 작은 배터리만으로 DVD·USB·SD카드 등을 이용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으며 CD는 물론 USB도 재생할 수 있다. 라디오나 TV 튜너 기능이 있는 것도 있다. 30달러 수준의 제품이 공급되고 있어, 북한 젊은이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물건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노트북 컴퓨터와 태블릿 등이 대량 보급됐기 때문에 노트텔 수요가 거의 없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2월 발효된 대북제재강화법(H.R.757)에 따라 제한 없고 검열받지 않는 값싼 대량 전자통신수단등을 북한 주민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담은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미국 의회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노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북한에서 태양의 후예등 한국 드라마가 널리 퍼지고 있으며, ‘영어식 사고등 영상물로 제작된 한국식 영어학습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바로 노트텔 덕분이다. 또 최근에는 김정은과 반라 여성들이 등장하는 왕재산경음악단 무용 영상이 돌면서 북한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노트텔 수입 금지 등 단속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중 국경지대 밀무역에 의해 계속 확산하고 있다.


 김정은이 9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의 주요 비대칭 전략 자산이 정보 폭탄이다. 김정은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풍선을 통한 전단 살포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보 플랫폼 역할을 하는 노트텔은 김정은 정권을 아래로부터 흔들 수 있는 전략 무기가 될 수 있다. 북한 김 씨 일가관련 뉴스와 같은 하드 콘텐츠는 물론 한국 드라마 같은 소프트 콘텐츠의 확산도 김정은에겐 치명적이다


 현재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단체들이 의식적으로 노트텔 북한 보급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입은 아마추어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프로페셔널의 조직적인 계획으로 추진되고 실행돼야 한다. 대북 단체들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선물 한도액인 5만 원이면 노트텔을 구매할 수 있고, 대북 USB15달러, SD 메모리는 35달러에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곧 추석 명절이다. 자유와 정보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이런 선물을 보낼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