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뉴욕 재즈공연장에서는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서 쓰는 일이 흔했다. 재즈 연주가 그렇듯 뮤지션 조달도 즉흥적으로 이뤄져 하룻밤 공연을 마치면 흩어지는 식이다. 긱(gig)으로 불렸는데, ‘하룻밤 연주 계약’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유래한 ‘긱 이코노미’가 요즘 미국에서 신(新)조류로 빈번히 거론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사업을 찾아 임시로 인력을 섭외하고 일을 맡기는 형태다.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차량·숙박 공유업이나 심부름대행, 음식배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긱 이코노미는 과거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며 금융위기 이후 냉각됐던 고용시장을 살려냈다. 우버만 해도 76개국 470여 도시, 에어비앤비는 191개국 3만4000여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기업과 손잡은 차량·숙소 소유자는 각각 100만∼200만 명씩이다. 고용 창출이다. 새 일자리는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일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로 부른다. 맥킨지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2025년까지 유럽에서 고용 인원이 2.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데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법상 노동자인가, 자영업자인가. 그들의 사용자는 플랫폼인가, 고객인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에서 일하는 우버 기사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은 지난 4월 우버가 38만5000명에게 총 1억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우버는 이로써 이들이 우버 직원이 아닌 독립 계약자라는 기존 입장을 지키는 듯했으나, 법원은 최근 이런 합의 승인을 거부했다. 현 노동법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의료보험 등 피고용자의 기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인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 미국 공적 기관은 대체로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망을 챙기려는 분위기다.
한 조사로는 플랫폼 노동자의 60%가 다른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상사 없는 근로 환경과 자신이 주도하는 노동을 선호한다. 이런 성향은 마크 저커버그를 선망하는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자)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이 갈등하는 지점이다. 글로벌 노동시장은 새 기운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한국만 과거 문법에 갇혀 꿈적 않으니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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