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황홀 황홀 ―허형만(1945∼ ) 세상의 풍경은 모두 황홀하다 햇살이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이며 유채꽃 속에 온몸을 들이미는 벌들까지 황홀하다 더불어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내가 다가가는 사람이나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 미치게 황홀하다 때로는 눈빛이 마주치지 않는다 해도 그렇.. 시감상 2016.10.17
[칼럼 687]미르/이현종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26 ‘용(龍)이 한류라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한다.’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를 따온 ‘재단법인 미르’는 지난해 10월 발족할 때 이런 포부를 강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박근혜 대통령이 1952년생 용띠다. 한국문화의 상징이라는 의미에서 미르라는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지만 박 대통.. 칼럼읽기 2016.10.17
<397>강남춘(江南春) 강남춘(江南春) -이흔복(1963~) 산에 산에 두견 너는 어이 멀리를 우짖는가. 너는 어이 가까이를 우짖는가. 달 가운데 계수나무 그늘도 짙을러니 내 후생하여 너를 엿듣는 봄은 이리도 화안히 유난하다. 일찍이 내가 먼 곳을 떠돈 것이 내가 나를 맴돎이었으니, 미쳐 떠돎이 한결같이 쉬지 않.. 시감상 2016.10.16
[칼럼 686]네이선 헤일과 로버트 김/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22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중앙정보국(CIA)에는 독립전쟁 당시 약관 21세의 나이로 영국군에 교수형을 당한 네이선 헤일(Nathan Hale) 대위의 동상이 손과 팔이 각각 묶인 형상으로 우뚝 서 있다. 그는 1776년 9월 21일 롱아일랜드 전투 때 자원해 영국군의 움직임을 염탐해 보고하다가 체포됐다.. 칼럼읽기 2016.10.16
<398>전화 전화 ―데이비드 예지(1966∼ ) 전화가 올 때 당신은 외출 중이다. 메시지를 듣고 답신을 하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누군가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의 파트너가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그녀는 당신이 개인적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떠나.. 시감상 2016.10.15
[칼럼 685]똑같은 이해찬과 유시민/송평인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 서울대 인근에는 광장서점이란 곳이 있다. 1978년 이해찬 의원이 이 서점을 열었다. 처음에는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팔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주로 고시책을 파는 곳이 됐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값비싼 고시책까지도 할인 한 푼 안 해주고 팔아 수익을 올린 덕분에 많은 서점이 명멸하.. 칼럼읽기 2016.10.15
<400>Edges of illusion (part VII) Edges of illusion (part VII) ―정재학(1974∼ ) 바다에 가라앉은 기타, 갈치 한 마리 현에 다가가 은빛 비늘을 벗겨내며 연주를 시작한다 소리 없는 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부끄러워져 당분간 손톱을 많이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백 개의 손톱을 기르고 날카롭게 다듬어 아무 연장도 필요 .. 시감상 2016.10.14
[칼럼 684]정세균의 오락가락 미국관/한기흥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19 한때 “미국산 쇠고기는 굳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미국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정 의장은 15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는 사활적 요소”라며 한국의 번영에 기여한 것에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13일 폴 라이언 하원 의장.. 칼럼읽기 2016.10.14
<401>공 속의 허공 공 속의 허공 ―채필녀(1958∼ ) 공이 대문 한쪽에 놓여 있다 저 공, 운동장 한구석에서 주워왔다 그 한구석도 어딘가에서 굴러왔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 무심하게 놓여진 공은 또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다 공은 한 번도 스스로 굴러본 적이 없다 우주가 돌아.. 시감상 2016.10.13
[칼럼 683]모병제는 정의로운가/이진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13 ‘고바우영감’은 김성환 화백이 1955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한 시사만화다. 원화(原畵)가 등록문화재에 오를 만큼 4컷 속에 우리 현대사가 담겨 있다. 1957년 11월 20일자 968회는 ‘빽이 없어 미친 사람’이 “빽 빽 빽” 소리치며 다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바우영감은 “더 좋은 빽을 .. 칼럼읽기 201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