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데이비드 예지(1966∼ )
전화가 올 때 당신은 외출 중이다. 메시지를 듣고
답신을 하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누군가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의 파트너가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그녀는 당신이 개인적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떠나버렸는지를.
그녀는 당혹해하고 당신은 그녀에 대해 가슴아파한다.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다. 사실 친구가 아닌 때문이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사람.
게다가 만날 때마다 솔직히 끔찍했던 사람.
당신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물론 그녀에게가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다.
당신은 죄의식을 느끼고, 또는 죄의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그때,
그의 이미지가 보다 선명하게 떠오른다.
니코틴에 찌든 손가락과, 철망에 걸린
사막의 잡초 같은 머리칼. 언제나
신을 붙들고 퍼부어대던 탐욕스러운 말투.
추하고 역겨운 입 냄새.
그래, 이젠 다신 그런 일은 없으리라.
친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을 보면 언제나 먼저
알은척을 하던 그가 이제 다시는 인사를 건넬 수 없다.
그런데 이 예기치 못한 역겨움은
감이 아니라 왜 후회 같은 것인지.
그런 일은 전혀 예고도 없이 찾아든다.
그리고 당신을 가장 괴롭혔던 그 일이―어쩌면 그의 웃음이―
당신이 그리워하고, 그리워한다고 생각하고, 듣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음악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는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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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에 찌든 손가락’이라니 얼굴도 푸석푸석하고 눈자위도 맑지 않을 테다. ‘추하고 역겨운 입 냄새’도 당연지사. 그런 사람이 친하지도 않으면서 만나기만 하면 ‘당신을 붙들고’ ‘탐욕스러운 말투’로 쉴 새 없이 퍼부어댔단다. ‘솔직히 끔찍했던 사람’, 그를 이렇게 기억하는 ‘당신’에게 ‘그의 파트너’가 그의 죽음을 전한다. 의지박약에 마음도 여리고, 인생을 사랑했으나 인생의 사랑을 그다지 받지 못한 사람.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뜬 시인일 듯한 그는 대개의 사람처럼 운명의 서민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운명의 주인공. 그의 부재를 진정으로 슬퍼하고 황망해하는 한 사람이 있어 그의 꿈, 그의 외로움, 그의 슬픔, 그의 존재했음을 ‘당신이 개인적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예기치 못하게도 ‘당신’은 친구이기는커녕 반감을 느꼈던 그 사람이, 바로 그 반감의 요인인 그 사람의 면모가 아릿하게 그리워지더란다. 자기 생각과 감정에 솔직하고 그를 명료히 표현하려는 시인의 강박이 촘촘하게 엮인 시다.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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