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환향 환향 ―정수자(1957∼ ) 속눈썹 좀 떨었으면 세상은 내 편이었을까 울음으로 짝을 안는 귀뚜라미 명기(鳴器)거나 울음으로 국경을 넘던 흉노족의 명적(鳴鏑)이거나 울음으로 젖 물리던 에밀레종 명동(鳴動)이거나 울음으로 산을 옮기는 둔황의 그 비단 명사(鳴砂)거나 아으 방짜의 방짜 울.. 시감상 2016.10.12
[칼럼 682]원자폭탄, 과거와 현재/이진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12 한수산의 장편소설 ‘군함도’는 일제 말기 일본 하시마로 끌려가 석탄을 캐는 징용자들의 사연을 다뤘다. 일제는 징용자들을 ‘징용에 기쁘게 응한 사람들’이라며 응징사(應徵士)라고 불렀다. 이들은 미쓰비시광업이 소유한 하시마의 30도가 넘는 해저탄광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죽도.. 칼럼읽기 2016.10.12
<403>공일 공일 ―임강빈(1931∼ ) 백목련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누가 찾아올 것 같아 자꾸 밖을 내다본다 우편함에는 공과금 고지서 혼자 누워 있다 이런 날엔 전화벨도 없다 한 점 구름 없이 하늘마저 비어 있다 답답한 이런 날이 또 있으랴 마당 한 구석에 노란 민들레 반갑다고 연신 아는 체한다 .. 시감상 2016.10.10
[칼럼 681]울고 싶은 사람들/고미석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08 작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관객 수는 496만여 명.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순위 3위다. 시골에서 도시로 막 이사한 11세 소녀 라일리의 불안한 심정을 조명한 작품인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라일리의 머릿속엔 기쁨 슬픔 분노 .. 칼럼읽기 2016.10.10
<404>4월의 하루 4월의 하루 ―롱펠로(1807∼1882) 씨 뿌리고 거두어들이게 하는 따스한 태양이 다시 돌아와 고요한 숲을 찾으며 들판에 맨 먼저 피는 꽃을 바라보는 즐거움. 숲 사이 빈터에도 가득 찬 밝은 햇살 이제는 폭풍우 몰고 올 검고 짙은 구름도 없는 나는 이 시절을 좋아한다. 눈 녹아 부스러진 흙으.. 시감상 2016.10.09
[칼럼 680]지자체장들의 ‘대권꽃놀이패’/박제균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07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 놀랄 만한 세대교체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1995년 10월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 말로 하루아침에 뜬 사람이 ‘작은 YS’ 또는 ‘리틀 박정희’로 불리던 이인제 경기지사였다. 이듬해 대선 주자 취재를 위해 지사 .. 칼럼읽기 2016.10.09
<405>봄에 관한 어떤 추억 봄에 관한 어떤 추억 ―상희구(1942∼ ) 국민학교 적 소풍날 꽁보리밥에 양념 친 날된장을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갔는데 다른 친구들 모두 쌀밥으로 싸왔거니 하고 산모퉁이에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 이 기억만은 선연한데 그날 그 소풍 간 곳이 어디였는지 그날 어머니는 무슨 색깔의 옷을 .. 시감상 2016.10.08
[칼럼 679]‘흙수저 장관’의 뒤끝/홍수용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06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8월 당시 윤여준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고사하던 윤 수석에게 YS는 “전문가를 썼더니 자기 분야밖에 모르고, 다른 부처하고 싸우고,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며 설득했다.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은 ‘창.. 칼럼읽기 2016.10.08
<406>여름뜰 여름 뜰 ―김수영(1921∼1968) 무엇 때문에 부자유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자유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 뜰이여 나의 눈만이 혼자서 볼 수 있는 주름살이 있다 굴곡이 있다 모오든 언어가 시에로 통할 때 나는 바로 일순간 전의 대담성을 잊어버리고 젖 먹는 아이와 같.. 시감상 2016.10.07
[칼럼 678]플랫폼 노동자/김회평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21 1920년대 미국 뉴욕 재즈공연장에서는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서 쓰는 일이 흔했다. 재즈 연주가 그렇듯 뮤지션 조달도 즉흥적으로 이뤄져 하룻밤 공연을 마치면 흩어지는 식이다. 긱(gig)으로 불렸는데, ‘하룻밤 연주 계약’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유래한 ‘긱 이코노미’가 요즘 미국.. 칼럼읽기 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