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하루 ―롱펠로(1807∼1882)
씨 뿌리고 거두어들이게 하는
따스한 태양이 다시 돌아와
고요한 숲을 찾으며
들판에 맨 먼저 피는 꽃을 바라보는 즐거움.
숲 사이 빈터에도 가득 찬 밝은 햇살
이제는 폭풍우 몰고 올
검고 짙은 구름도 없는
나는 이 시절을 좋아한다.
눈 녹아 부스러진 흙으로부터
어린 나무들 맘껏 양분을 빨아들여
겨울 추위에 웅크렸던 나무들도
또다시 생기를 얻는다.
상쾌한 숲속엔 부드럽게 지저귀는 새소리
숲 사이 빈터
쏟아지는 햇살에 번쩍이는
새들의 빛나는 날개.
밝은 황혼이 은빛 숲을
빨갛게 물들일 때
초록색 언덕은 그림자를 길게
계곡에 던진다.
밤이 되자 하늘은
푸른 호수 속에 움푹 꺼지고
달도 한쪽 귀퉁이를 물에 담궈
이윽고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검은 바위들은 물속에
거꾸로 떨리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고운 나무들도 나란히 서서
물속에 비친 제 모습을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4월이여!
가슴에 파고드는 수만 가지 생각들이여!
가을이 찾아와 인생의 황금 열매 떨어지기까지
그대들 멈추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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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 다 갔나 하면,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진눈깨비나 눈보라가 심술궂게 돌아오곤 했으리라. 하지만 4월이면 겨울이 긴 고장이라도 완연한 봄, 햇빛은 따사롭고 바람은 산들산들, 몸과 마음이 부풀어 집 안에 있지 못하리.
산과 들이 부르네! 계곡과 호수가 있는 산의 ‘고요한 숲을’ 찾아간 화자다. 그 숲으로 가는 길인 들판, 파릇한 풀밭 예제에 색색 단추를 흩뿌린 듯 들꽃 피었으리. 한껏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먼 길을 걸어 목적지에 들어서니 ‘숲 사이 빈터에도 가득 찬 밝은 햇살’! 화자는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을 테다.
꾸물거리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출발했으면 숲 속이 그리 밝지 않았을 것이고 새들도 한가로이 지저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눈 녹아 부스러진 흙으로부터/어린 나무들 맘껏 양분을 빨아들’이고, ‘쏟아지는 햇살에 번쩍이는/새들의 빛나는 날개’, 온 생물이 다투어 빨아들여도 넘쳐나는 봄의 양기(陽氣)! 아예 야외에서 묵을 채비를 하고 온 화자다. 숲 속의 밤이 아름답게 깊어가고, ‘수만 가지 생각들이’ 가슴에 샘솟네. ‘아름다운 4월’, 생의 호시절이여!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