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고쳐 쓰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고쳐 쓰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김점미(1963∼ ) 지금 나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의 통속한 사랑을 읽고 있다 가령, 그녀가 온다면 그곳에서 사랑의 불꽃을 피운다면 새벽녘에 다시 그를 버리고 또는 그에게 버림받고 떠나간다면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는 다시 또 사랑을 시작할 수 .. 시감상 2016.12.15
[칼럼 732]止止/김회평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24 그칠 지(止)의 이미지는 정적(靜的)이나 쓰임새는 동적이다. 止는 발 모양을 본뜬 글자다. 止를 두 개 겹치면 걸음 보(步)가 된다. 좌우 발이 앞뒤로 있어 걷는 것이다. 보행로 확장과 연결에 관심을 쏟았던 승효상 전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머물기 위해 걸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걷.. 칼럼읽기 2016.12.15
<296>한복 한복 ―황금찬(1918∼ ) 한복 한 벌 했다. 내 평생 두루마기를 입어 본 기억이 없었으니 이것이 처음인 것 같다. 암산·상마·학촌·현촌·난곡·청암 모두 한복을 입는데 나만 한복이 없다고 했더니 병처가 큰맘 써 한 벌 했다. 78년 정월 첫날 아침 새 옷을 입고 뜰에 서니 백운대와 도봉이.. 시감상 2016.12.14
[칼럼 731]트럼프와 터랑푸/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22 영어의 중국식 표현은 재미있다.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는 미리견(彌利堅), 맥도널드는 맥당노(麥當勞)이다. 순종은 선황 고종의 능(陵)에 전화기를 설치해놓고 곡(哭)을 하는 덕진풍(德津風) 문상을 했다. 텔레폰이 덕진풍이다. 미리견의 오바마 대통령은 오파마(奧巴馬)이다. 트럼프 당.. 칼럼읽기 2016.12.14
<297>맛있었던 것들 맛있었던 것들 ―한영옥(1950∼ ) 실한 풋고추들이 쪼개져 있었다. 쪼개진 풋고추 처음 보여준 사람은 고추전 잘 부치시는 우리 어머니 풋고추 싱그럽게 채반 가득한 꿈이 아침나절 덮어와 어머니 곁에 왔다 함께 기우는 목숨 언저리 햇살 한껏 잡아당겨 서로를 찬찬히 눈여겨두는 나물 그.. 시감상 2016.12.13
[칼럼 730]이윤택 ‘꽃을 바치는 시간/김종호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21 ‘내가 가야 할 길은/저기 저 수직 상승/ 흐르는 시간을 가로막고 선 기암절벽/ 망각의 세월을 뚫고 솟구친 붉은 꽃이/ 주체할 수 없는 늙은이의 욕정이면 또 어떠랴/ 시간의 고삐를 놓아 버리고/ 꿈 같은 현실을 지워 버리고/ 이제 내 사랑을 만날 시간이 되었네.’ 극작가·연.. 칼럼읽기 2016.12.13
<298>늦여름 오후에 늦여름 오후에 -홍신선(1944~ ) 오랜만에 장마전선 물러나고 작달비들 멎고 늦여름 말매미 몇이 막 제재소 전기톱날로 둥근 오후 몇 토막을 켜 나간다 마침 몸피 큰 회화나무들 선들바람 편에나 실려 보낼 것인지 제 생각의 속잎들 피워서는 고만고만한 고리짝처럼 묶는 집 밖 남새밭에 나.. 시감상 2016.12.10
[칼럼 729]세계화장실의 날/황성준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18 내일(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2001년 만들어져, 2013년부터 유엔 공식 기념일이 됐다.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5억 인구가 위생적인 화장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10억 인구에게는 화장실 자체가 없다. 화장실은 인간의 건강·존엄·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해마다 34만 .. 칼럼읽기 2016.12.10
<299>거울에게 거울에게 -황성희(1972~) 그때 나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제목도 없는 시간 속으로 태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지고 나는 마치 처음부터 빨래 건조대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처음부터 엄마엄마 보행기로 거실을 누비는 저 아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마치 처음부터 베란다 너.. 시감상 2016.12.04
[칼럼 728]亡徵/박학용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17 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엔 반드시 그 전 단계의 징후들이 선행된다고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망조(亡兆)를 조목조목 적시한 중국 고전이 있다. 중국의 법가 사상가 한비자가 쓴 ‘한비자’다. 그는 이 책 ‘망징(亡徵)’편에서 나라가 망하려는 47개의 징조를 예시하면서 여러 개.. 칼럼읽기 20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