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국식 표현은 재미있다.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는 미리견(彌利堅), 맥도널드는 맥당노(麥當勞)이다. 순종은 선황 고종의 능(陵)에 전화기를 설치해놓고 곡(哭)을 하는 덕진풍(德津風) 문상을 했다. 텔레폰이 덕진풍이다. 미리견의 오바마 대통령은 오파마(奧巴馬)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뭘까. 특랑보(特朗普) 또는 천보(川普)라고 쓰고 터랑푸, 촨푸로 읽는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가 지난 2005년부터 중국에 터랑푸 상표권을 82건이나 출원했다고 전한다. 호텔·골프장 등 부동산과 서비스 제품이 대상이다.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난해에 40개 상표를 출원해 총 78건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11월 중국 정부는 영문 소문자 ‘trump’ 상표 등록을 거부했다. 2주 먼저 중국 사람이 선수를 쳤다. 8년 후 재심을 요청했지만 실패, 다시 베이징(北京) 중급인민법원, 고급인민법원에 연이어 소송을 제기했으나 또 실패. 지독해 보였던지 그를 상표 광인(狂人)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영문 대문자 ‘TRUMP’ 상표는 허용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나흘 만이다. 중국 당국의 우호적 제스처였을까.
그는 중국을 ‘보호주의 정책과 사이버 도둑질로 미국을 약하게 만드는 나라’라고 규정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 상표권을 6000만 달러(711억 원)를 주고 매입하는 것을 소송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출품 20%를 사주는 데도 중국은 환율을 조작한다고 주장한다. 하루 수입 6억 원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 같은 전문 협상가들을 고용해 중국을 바꿔야 한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THC(트럼프 호텔 컬렉션)의 에릭 댄지거 CE0는 대선 유세 기간이던 지난 10월 중국 시장 진출 방침을 밝혔다. 20∼30개 도시에 트럼프 호텔을 짓겠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중국을 옥죄고, 그의 소유 기업의 CEO는 시장 진출 확대를 천명하고…. 미국판 ‘최순실 게이트’라는 비판은 없을까.
미 연방법에 공무원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있지만, 대통령과 부통령은 예외다. 제한 없는 헌법적 공무 수행을 위해서다. 트럼프는 아버지에게 빌린 100만 달러(11억8000만 원)로 현재의 100억 달러(11조8000억 원) 규모 자산을 일궜다. 미국 언론은 물론 최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재산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백지위임을 촉구하고 있다. 퇴임 때 재산 규모가 얼마로 늘까.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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