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4

시온백향목 2017. 8. 16. 16:42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


 

이탈리아 북부, 유서 깊은 도시 베로나 Verona


 

로마의 호텔에서 조식을 간단히 하고 여행사 전세버스를 타고 베로나로 이동하다.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베로나Verona 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유적이 많아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기에 베로나는 세계인이 아끼고 사랑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의 도시이다. 청정 자연환경은 기본이고, 주변에 베네치아를 비롯해 고도古都 파두아 Padua, 비첸차 Vicenza 가 있고, 이탈리아 최대의 호수이자 휴양지인 가르다 호수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1786년에 베로나를 방문하면서 이탈리아 기행에 이런 구절을 남겼다.

 

밤이 되면 노랫소리와 소란스런 소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리마다 말버로(전쟁에 나갔네라는 민요)의 노래가 들려오고, 여기저기서 덜시머(현악기)와 바이올린 소리도 들린다. 그들은 휘파람으로 온갖 새 소리를 흉내내기도 한다. 이상야릇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따뜻한 기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토록 충만한 삶을 선물해 준다. 그래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줄리엣의 집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베로나의 두 신사',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이야기 배경이 베로나다. 줄리엣의 집은 골목길 비아 캅펠로 Via Cappello에 있고, 로미오의 집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베로나의 도시성벽 바깥에 있는 산 프란체스코 수도원에는 줄리엣의 텅 빈 무덤도 있다.

   

줄리엣의 집은 베로나 시의 기획관광상품이다. 시는 1905년에 달 카펠로 Dal Capello 가문의 유서 깊은 집을 구매했다. 희곡의 배경에 맞추어 발코니도 조성했는데, 줄리엣 동상은 1969년 베로나 출신 조각가 네레오 콘스탄티니가 조각한 것을 베로나 시 라이온스클럽이 사들여 1972년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줄리엣의 집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사랑의 성지가 되었다.

 

 

아레나 극장 Arena

 

베로나는 전세계 클래식음악, 특히 오페라 팬들에게는 꿈의 도시그 자체다. 아레나 극장 Arena에서 매년 6월 말9월 초 사이에 열리는 야외 오페라 무대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오페라 애호가들로 매일 밤 차고 넘쳐난다. 서구인들의 오페라는 우리의 판소리 장르에 비해 규모가 크고 범세계적이다. 2015년에는 베로나 축제 102년 사상 한국인 소프라노 임세경(당시 40)이 베르디의 아이다 Aida 역으로 캐스팅 되기도 했다는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페라 무대로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런던의 코벤트가든, 파리의 바스티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등이 있다. 이런 곳들은 예술적인 면에서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반면에 베로나 오페라의 음악적 수준은 이들 세계 최고의 극장보다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관객동원 면에서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베로나 오페라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연평균 50만명 이상이고, 오페라 한 편 공연 때마다 관람객 수는 평균 16000명에 달한다. 계단통로까지 빽빽이 들어차는 인기 작품 공연 때에는 2만명 가까이 수용한다.

 

베로나 오페라의 유래가 있다. 20세기 초반 베로나 출신의 유명한 테너가수였던 지오반니 제나텔로 Giobanni Zenatello와 당대의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툴리오 세라핀 Tullio Seraffin이 고대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에서 오페라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1913아이다를 처음으로 공연했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한 베로나 페스티발은 세계대전으로 2차례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여름 개최됐다.

 

그사이 베로나 무대에는 수많은 명가수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리아 칼라스를 비롯해서 디 스테파노, 티토 곱비, 프랑코 코렐리, 마리오 델 모나코 등 20세기 전반기의 전설적인 가수들을 비롯해서 현대의 도밍고와 파바로티에 이르기까지. 지휘자로는 아레나 오페라의 효시가 된 세라핀에서부터 구아르디니에리, 가바제니, 산티, 주빈 메타 등이 있었다.

 

1985년 이후로는 대중가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엘튼 존, 스팅, 프랭크 시내트라, 핑크 플로이드, 티나 터너,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그렇게 해서 아레나 무대에 섰다.

 

베로나 페스티발은 이탈리아 성악가들은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이다. 여름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원형경기장에 들어찬 관객들이 하나둘씩 촛불을 밝히면서 공연이 오르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베로나 City of Verona

    

 

브라 광장 Piazza Bra. 베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곳. 아레나를 바라보며 카페와 식당이 밀집 되어 있는 곳.

 

 

에르베 광장 Piazza delle erbe

 

 

 

 

람베르티 기념탑. 베로나에서 가장 높은 84m 건축물로 1172년 람베르티 가문에 의해서 조성됨.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Chiesa di Santa Anastasia). 도미니코수도회에서 1400년경에 완공. 붉은 벽돌과 분홍색 대리석이 잘 어우러져 이름처럼 여성스러운 외관을 하고 있다.

 

 

성당 내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피사넬로Pisanello가 그린 성조지와 트레비존드 공주 San Giorgio e la Principessa 프레스코화이다.

 

 

베로나 쇼핑거리 쥬세페 마찌니 Via Giuseppe Mazzini. 골목길이 대리석 바닥으로 반들반들한데, 팍스 로마나 영광의 흔적이 지금도 고색창연하다.

 

 

여행객에겐 골목들이 미로처럼 돼 있어서 잘 살피며 길을 건너야.

 

 

 

에르베 광장 Piazza Erbe은 베로나 중심광장으로 로마시대 포럼이 있던 곳.

    

 

 

에르베 광장 Piazza Erbe은 예전엔 약초시장이 섰던 곳이라는데.

 

 

나는 걸어다니면서 목이 마를 때마다 골목 카페에 있는 생과일(수박, 키위, 포도, 사과)모음을 먹었더니, 식사 때 김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1996(올리비아와 디카프리오)

 

 

 

 

줄리엣의 집 입구

 

에르베 광장에서 동남쪽으로 걸어서 4분 정도 이동하면 카펠로 거리 23번지, 카풀레티 가 Capuleti 줄리에타의 집 Casa Di Giulietta이 나온다. 안뜰에는 줄리엣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위로 로미오가 사랑을 속삭였다고 전해지는 발코니가 있다.

 

 

 

 

 

 

로미오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발코니가 보인다.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은 사랑을 기원하는 관광객들의 손길에 닳아져 있다.

 

 

베로나 Verona가 흘러가는지, 아디제 Adige 강물이 흘러가는지, 뜬 구름도 흘러가는구나...

 

아레나극장 Arena

고대엔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맹수(사자, 표범)와의 혈투가 벌어지던 원형극장이 1913년부터 탈바꿈하여 100년 넘게 오페라페스티벌 진행중.

 

 

 

 

 

 

 

 

 

 

 

 

 

 

 

 

 

'신생新生'

에서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읊조린 시

 

 

나의 여인은 지극히 온화하고 성스러워

사람들에게 웃음을 띠어 인사할 땐

혀마다 부들부들 떨며 굳어지고

눈 들어 쳐다볼 수 없다네,

칭송을 들으면서도 소박하게

단장한 채 걸어가는 그녀,

지상에서 기적을 보이려

천상에서 내려왔는가.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감미를 주는

그녀, 기쁨에 넘친 듯 보이기에,

그 감미를 맛보려 하지 않는 자 터득 못하네.

그녀의 입술 언저리에

사랑으로 가득찬 숭엄한 영혼이 움직이는 듯하며

사람에게 속삭이듯 말하네, 한숨지어라!

 

 

알리기에리 단테 Alighieri Dante(1265~1321) 이탈리아 시인사상가  

 

 

 

2015년에는 베로나 축제 102년 사상 한국인 소프라노 임세경(당시 40세)이 베르디의 아이다 Aida 역으로 캐스팅 되기도 했다는데, "그녀 혹은 그이 꿈의 무대에 서다"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