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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온 더 무브(ON THE MOVE) /올리버 색스(Oliver Wolf Sacks) / 알마출판사

시온백향목 2017. 6. 5. 18:21

[서평] 온 더 무브(ON THE MOVE) /올리버 색스(Oliver Wolf Sacks) / 알마출판사

 

 

동성애 의사, 글쓰기로 마약에서 탈출, 의학계의 시인되다

 

<온 더 무브>(On the move)는 올리버 색스가 사망하기 전에 쓴 자서전이다. 480쪽에 달하는 자서전은 평이한 문체와 다양한 여정 그리고 누구나 겪었을 젊은 날의 방황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 앞 부분은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어둡고 혼란스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색스의 젊음을 갉아먹은 가장 큰 원인은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점이다. 부모가 영국 런던에서 유명한 의사 집안인데다 유대교 회당을 드나들던 가문에서 태어난 아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색스는 동성애의 상대가 됐던 인물과의 관계도 비교적 소상하게 밝히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다행인 것은 3류 소설이나 포르노 영화에서 나오듯이 구체적인 성애 묘사는 없다. 영국을 떠나 뉴욕에 와서 의사로 활동했지만, 마약에 빠져들어 자살하거나 약 중독으로 죽을 것 같다는 자각에 이르면서 드디어 진정한 의사로서 거듭나게 된다.

 

이 자서전에서 올리버 색스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스무 살에 만난 옥스퍼드 대학생과의 첫사랑부터 일흔 다섯에 만난 생애 네 번째이자 마지막 사랑까지, 동성애 편력을 고백할 때도 다르지 않다.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 당한 뒤 마약에 빠져 지낸 4년을 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를 건진 것은 환자들이다. 임상에서 만난, 기이한 신경장애로 끔찍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서 그는 진짜 문제를 보았다. 단순히 진단하고 치료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삶다운 삶을 돌려주려고 애쓰면서 그는 자신을 치유했고 우울증에서 빠져나왔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그 바탕에 있다.

 

베스 에이브러햄 병원의 환자 500, 작은 자매회 입소자 300, 브롱크스 주립병원 입원 및 재래환자 1,000명을 진료하면서 수 십년 동안 1,000권이 넘는 공책을 썼는데 내가 무척 좋아한 일이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의사로서, 과학자로서의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진료를 하면 암호로만 기록되는 진료차트만 남기지 않고, 소설보다 더 진지하고 자세하게 환자들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말년에 희귀한 안구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3년 만에 그는 오른쪽 시력을 완전히 잃는다. 불편할 뿐 아니라 슬픈 일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기분에 신이 나서 자신의 증상을 상세히 기록하고 연구했다. 다시 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느낀 색스는 뉴욕 타임스기고문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여행하면서 인식과 통찰력의 새 지평에 도달하려고 한다그리고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이처럼 아름다운 행성에서 살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도 엄청난 축복과 모험이었다.”라고.

 

책 제목 온 더 무브는 그의 절친 시인 톰건의 시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책에 그 시의 일부가 나온다. “아무리 나빠도 우리는 움직인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에 가닿지 못하는, 안식할 곳 없는 우리,/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