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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6인의 용의자 / 비카스 스와루프 장편소설

시온백향목 2017. 5. 29. 23:40

[서평] 6인의 용의자 / 비카스 스와루프 / 문학동네

 

그들은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

 

 

"직업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글쓰기 교육을 따로 받아본 적도 없고요. 외교관은 사실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작가로 성공한 이유를 꼽자면 아마 어렸을 때부터 탐욕스러운 독자였기 때문일 겁니다."

 

인도 내무 장관의 아들이자 재벌 총수가 농장 파티에서 살해된다. 자신의 돈과 권력을 무기로 온갖 악행을 일삼던 그가 무고한 술집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살인하고도 면소 판결을 받고 유유히 풀려난 후 이를 자축하는 파티 장소에서 당한 일이었다.

 

현장에서 6인의 용의자가 체포된다. 전직 수석 차관, 미녀 배우, 얼뜨기 미국인 관광객, 하위 카스트 출신의 휴대폰 좀도둑, 소안다만 제도 옹게족 청년, 피해자의 아버지인 주 내무장관. 극악무도하고 불법을 일삼는 사회악이었던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은 의로운 영웅인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살인자일 뿐인가? 용의자들이 모두 화자로 등장하여 처음에는 자신이 범인일 수 없다는 무언의 항변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범죄 혐의가 충분한 정황들이 펼쳐지면서 소설에 스릴과 흥미를 불어넣는다.

 

여배우 샤브남은 어떤 아랍 왕자의 하룻밤 동침에 50만 달러를 제안받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동생 사프나의 강간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키의 도움을 얻으려 접근한다. 미국인 래리는 국제펜팔회사를 통해 인도 아가씨와 사진 교환을 한다. 인도의 유명 여배우 사진을 보고 진짜인 줄 알고 결혼 비용까지 보내지만 사기 당한다. 래리는 CIA의 도움을 얻어 파티에 참석한다. 원주민 에케티는 섬의 보물인 신성한 돌을 회수하기 위하여 아쇼크를 따라 인도로 왔다가 돌이 비키네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입한다.

 

사건 자체보다는, 각 용의자들의 삶을 따라가며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용서와 단죄 등 인간의 양극성을 파헤치는데 의미가 있다. 소설은 시사잡지의 범죄물을 읽는 기분과 함께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를 통해서 사회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진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2009년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소설 'Q & A'(문학동네)를 선보이고, 두 번째 소설 ‘6인의 용의자를 쓴 인도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의 성공담은 작가 지망생들에겐 선망의 시선을, 또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기성 작가들에겐 좌절감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스와로프는 방대한 독서를 자기 행운의 원천으로 꼽았다. 컴퓨터도 TV도 없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지만 다행히 변호사인 할아버지의 서재에는 1만여 권의 장서가 있었다. 대중소설은 동네 대여점에서 빌려 하루에 한 권씩 밤새워 읽었다고 한다. 스와루프는 "히틀러 자서전에서 세계고전문학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면서 "하루 10파이사(3)의 대여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