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 김영사
호모 사피엔스에서 사이보그까지 의식의 진화
머나먼 인류의 시원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을 거쳐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생물학, 경제학,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진로를 3가지 관점으로 분류하자면, 첫째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둘째 약 12,000년 전의 농업혁명. 셋째 약 5백 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이 책의 주제가 ‘이 세 혁명은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다. 마지막 장까지 읽다 보면 2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오늘을 살고 있는 사피엔스의 좌표를 읽을 수 있다. 사피엔스는 이제 생체공학을 이용하여 생물과 무생물을 합친 존재, 사이보그로 변하는 중이다.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의 관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 중 사자나 호랑이보다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었다. 가공할 생태계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부들은 언제나 미래를 의식하고 그에 맞춰서 일해야 했다. 농업경제의 생산 사이클은 계절을 기반으로 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힘들여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얻지 못했다.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이들은 농부가 생산한 잉여식량을 빼앗아 먹고 살았다. 농부에게는 겨우 연명할 식량 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빼앗은 잉여식량은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이 된다. 그들은 왕궁과 성채, 기념물과 사원을 지었다. 근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땅을 가는 농부였다. 그들의 잉여 생산이 소수의 엘리트를 먹여 살렸다. 왕, 정부, 관료, 병사, 사제, 예술가, 사색가 등등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들의 이야기다.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공학이 천재 생쥐를 만들 수 있다면 천재 인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일부일처제 밭쥐를 창조할 수 있다면 평생 배우자에게 충실하도록 유전적으로 타고난 인간을 왜 못 만들겠는가?”
지난 40억 년이 자연선택의 기간이었다면, 이제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방법이 바로 생명 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사피엔스의 불멸을 향한 탐구-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지양한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과학의 주력상품이 되고 있다.
GDP와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 오늘날 한국은 선진국 중 최고, 세계 전체로 보아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행복도 조사를 보면 멕시코, 콜럼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도 뒤쳐져 있다. 이것을 보면 인간의 역량은 성장했지만 그것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추구하다 현명한 선택을 놓치게 되면, 혹시 핵 재앙이라도 어떻게 되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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