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행의 기술 / 알랭드 보통 / 청미래
여행, 그 다채로운 농담(濃淡)을 감상하다
밥벌이에 지겨움이 몰려오면 생활반경을 떠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은 물론 일상의 스트레스 탈출도 그 한 동인이 된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싶으면 그냥 여행안내서를 살펴보면 되지만, 어떻게 가야 하고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라면 알랭 드 보통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드 보통은 J.K.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 의 주인공 데제생트의 입을 빌어 말한다. 데제생트는 네델란드를 다녀오고 나서 한참 있다가 영국을 가려다가 만 뒤, 다시는 해외여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드 보통은 바베이도스를 다녀온 후, 여행이라는 것이 때로는 그냥 집에 눌러 앉아 특별한 여행지도 안내책자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상상력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 보통은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말한다. 샤를 보들레르는 프랑스를 떠나 ‘일상’이 기억나지 않는 다른 먼 곳, 다른 대륙으로 가는 가는 꿈을 꾸었다고. 또한 애드워드 호퍼가 1941년부터 1955년까지 미국을 5번이나 가로질렀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고차를 몰고 몇 달 동안 길 위에서 살면서 모텔 방이나 차 뒷자석이나 야외나 식당에서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린 그림들, 이를테면 ‘자동 판매식 식당’을 감상한다. 늦은 시간 여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북아메리카의 어느 큰 도시 2월의 밤 11시쯤이라는 생각을 한다.
풍경에 대한 매력도 우리를 여행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산 속이나 호숫가를 산책하면서 시를 썼고 후일 영국의 계관시인이 되었다. 그는 도시의 매연, 혼잡, 빈곤에 대해서 비난했다. 비평가들은, 자연을 자주 여행하는 것이 도시의 악을 씻어내는 데 필수적인 해독제라는 워즈워스의 주장에 만장일치로 동조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드 보통은 마드리드에서 열차가 아파트 건물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거나, 바베이도스 동해안에 뻗어 있는 짙은 보라색 바다를 내다 본다. 아름다움을 느낄 때마다 그걸 붙들고, 소유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존 러스킨의 입을 빌어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드 보통은 습관에 대하여,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나의 침실 여행’을 소개한다. 1763년에 알프스 비탈의 소도시 샹베리에서 태어난 그는 몽테뉴, 파스칼, 룻소의 책을 좋아했고 그림은 특히 네델란드와 프랑스의 집안 풍경을 그린 그림을 좋아했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침실 여행은 떠날 수 있는 법이다. 돈도 노력도 들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 출발할 것을 권한다. 특히 폭풍이나 강도나 절벽이 무섭거나 돈이 궁하면 방안을 둘러 보면서 새로운 ‘나의 시선’을 발견할 일이다.
드 보통은 여행의 다채로운 농담에 대하여 서양인의 눈으로, 영미권 작가나 평론가의 입을 빌어서 해설을 하고 있는데, 동양권의 시각이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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