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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81]內助 정치/이현종 논설위원/문화일보/2017.01.31

시온백향목 2017. 2. 18. 14:03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벌써 관심은 부인 미셸 오바마의 정치 참여 여부에 쏠려 있듯이 대통령의 부인은 이제 단순히 내조(內助)만 하는 아내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예전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전에 뛰어든 후보들은 부인을 비롯한 가족의 적극적인 역할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었다면 최순실 씨와 같은 비선 실세가 활개를 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해지면서 부인들의 활동이 상당히 공세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홀로 12일 동안 광주 등 호남지역을 꾸준히 찾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하고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해지자 조용히 호남 공략에 나섰다. 대중목욕탕, 전통시장을 돌고 지역의 문화계·여성계 인사들을 만나 문 전 대표에 대한 오해를 풀 것을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 마케팅전략을 쓰면서 바닥 민심을 흔들어 최근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지지도가 상당히 올라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치인 아내가 처음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 씨는 아직은 내조만 하고 있다. 그러나 40여 년 동안 외교관·사무총장의 아내로 역할 해온 만큼 곧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 전 총장이 충주고 재학 시절 영어를 잘 해 미국 방문단에 뽑혀 갈 때 충주여고 총학생회장이었던 유 씨가 대표로 꽃다발을 전해준 것이 인연이 돼 결혼한 순애보가 눈길을 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적극 반대했지만 남편이 일단 결단을 한 이상 적극 도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은 소극적으로 지원해 왔지만 29일 안 전 대표와 함께 처음으로 SNS 방송에 직접 나서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향이 전남 순천이고 여수에서 생활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의 호남 공략에 맞대응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좀 밀린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부인, 아들딸 등 가족들이 모두 출마 선언장에 나와 힘을 보탰다. 역대 대통령 모두 친인척 비리의 악몽이 있던 터라 이렇게 가족을 공적인 자리에 나서게 함으로써 신뢰를 주겠다는 계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