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이런 선생님 별명이 꼭 있다”는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1위는 ‘미친개’. 납득할 만한 결과다. 2위는 지루한 설교와 수업으로 학생들을 단박에 졸음에 빠지게 하는 ‘수면제’, 3위는 360도로 침을 튀겨 교복을 젖게 만드는 ‘호우주의보’였다. 미친개 별명은 학생부 주임교사에게 많이 붙는다. 생활지도 등으로 학생들과 자주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란 말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 말 그대로 절대 물리면 안될 것 같은 선생님도 있지만 제자 사랑이 남다른 선생님들도 적지 않다.
이 별명이 동서양을 넘나드는 것은 흥미롭다. 어느 나라건 어느 사회건 독단적이고 몰상식한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망한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온갖 악행 탓에 ‘중동의 미친개’로 불렸다. 하지만 방어율 대기록을 남긴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그레그 매덕스가 같은 별명으로 불린 것을 보면 반드시 나쁜 의미만 담긴 건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 별명이 붙은 현존 최고 유명인사다. 그의 별칭에는 부정과 긍정의 의미가 교차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재미있다”고 말하거나, 민간인 42명이 숨진 이라크 결혼식장 오폭 작전의 지휘관이란 사실에서는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장군인데도 기꺼이 병사들과 함께 참호에 뛰어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물고문 허용 방침을 접게 만든 것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매티스가 트럼프가 만든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마치 두 개의 가면을 필요할 때마다 교차해 꺼내드는 마법사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국방부가 2일 방한하는 그의 별명을 기사에 쓰지 말아줄 것을 출입기자단에 요청했다. 동맹국 장관에 대한 예우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가 트럼프에게 이 별명을 사용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사실도 귀띔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하면서도 “미친개를 잘 부탁한다”던 트럼프의 태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그나저나 한국 언론은 미친개라고 쓰지 말아야 할까. 매티스 장관 방한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긍정의 의미도 있는 별명이니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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