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 로비에 시민단체 소속 시위대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검은 천에 ‘거번먼트삭스(Government Sachs)’라고 쓴 플래카드를 흔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골드만삭스 출신 중용을 맹비난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앞머리 글자 G를 ‘정부’의 G로 교묘히 비튼 표현이다.
트럼프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유착관계를 집중 거론하며 “워싱턴의 오물을 빼겠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선 후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백악관과 경제 주요 포스트에 골드만삭스 인맥 6명을 앉혔다. ‘삭스 정부’가 결코 허튼 말이 아니다.
‘골드만-워싱턴 셔틀’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역대 정부의 관행이다. 조지 W 부시 정부만 해도 5명이 대거 포진했고, 이때 거번먼트삭스란 말이 처음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재무장관만 므누신을 포함해 4명이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금융위기 때 100억 달러의 혈세를 지원받아 ‘대마불사’ 논란을 불렀다. 당시 재무장관이 골드만삭스 출신 헨리 폴슨이었다. 폴슨은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 운용을 자신이 골드만삭스에서 데려온 35세 닐 캐시카리 차관보에게 맡겼다. “구제금융은 없다”던 미 정부가 돌아선 것도 골드만삭스까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골드만삭스 파워는 미국을 넘어선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골드만삭스 출신이고, 유럽 각국 재무부 요직도 장악했다. 르몽드 표현으로 ‘거번먼트삭스의 유럽지부 멤버들’이다. 최근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신흥 IT기업에도 파고드는 모습이다. 얼마 전 트럼프와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면담 주선자가 골드만삭스에서 영입한 마이클 에번스 사장이다.
골드만삭스 맨이 환영받는 이유로 월가에서 살아남은 실력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문화를 꼽는다. 끈끈한 관계 속에 서로 끌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트럼프 당선 후 골드만삭스 주가는 급등했다. 기업인과 대통령의 면담도 사시로 보는 한국에서 이렇게 특정 사기업 출신을 대놓고 끌어다 쓴다면 정권이 뒤집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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