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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32]동성애軍/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7.25

시온백향목 2016. 8. 19. 18:58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의 2007년 평화상은 미 공군 라이트 연구소(US Air Force Wright Laboratory)에 돌아갔다. 적진에 터뜨리면 동성끼리 극단적 연애감정과 성적 욕구가 생겨 전투 의지를 꺾는 일명 게이 폭탄을 연구한 공로였다. ‘괴롭히고, 짜증 나게 하며, 나쁜 군인을 식별해내는 화학 최음제란 이름의 프로젝트였다. 실제 개발에 성공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동성애 인권단체는 펄쩍 뛰었다. 군 당국이 동성애자가 전투는 뒷전이고 다른 남자나 유혹하는 편견을 가졌다는 불만이었다


 고대 그리스는 남성 간의 동성애가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어린 소년이 성인 남성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행위를 고귀하게까지 여겼다. 일곱 살 때 입대하는 소년들은 선임병과 동성애인 이른바 그리스식 우정으로 맺어지기도 했다. 전후좌우 사각형의 밀집대형으로 전투를 치렀던 고대 전쟁은 전열이 무너지면 패배를 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플라톤도 연인으로 구성된 군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으며 장수들은 사랑의 힘으로 움직이는군대를 원했다.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목숨을 걸고 구하거나, 연인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용감해지기 때문이다. 마침내 연인 150쌍으로 구성된 동성애 부대 신성 부대’(sacred band)가 탄생했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스파르타군을 무찔렀으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에게 패배할 때까지 향후 30여 년간 전성시대를 누렸다


 미국 정부가 지난 630일 성전환자의 군 복무 제한 조치를 철폐했다. 130만 명의 미군 중 성전환자는 2500명 정도. 군내 성차별 철폐의 마지막 조치였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미군 내 동성애자 차별금지가 최초로 명문화됐고, 518일 미 의회는 동성애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에릭 패닝 육군장관 지명자의 인준안을 승인했다. 차별 철폐의 이유는 실력주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성 정체성보다는 국가방어가 우선이란 뜻이지만 왠지 낯설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금지한 군 형법 92조의 5(2013년 군형법 개정으로 92조의6으로 이동)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돼 곧 결론이 난다고 한다. 5년 만의 군내 동성애에 대한 재결론이 어떻게 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