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상대 의원을 호칭할 때 ‘존경하는 ○○○ 의원’이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다.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다 보면 상대방에게 욕이나 막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존칭도 별 효과가 없는 정치인 1위는 단연 홍준표 경남지사다. 홍 지사의 막말 사례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 압도적이다. 워낙 발언이 매번 수위를 넘다 보니 이젠 웬만한 막말은 관심도 끌지 못할 정도다.
홍 지사는 최근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경남도의원을 향해 ‘쓰레기’라고 하면서 “2년간 단식해 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쏟아내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다. 국회에 있을 때도 민감한 질문을 던진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하질 않나,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선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했다. 2009년 추미애 의원에게는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고, 나경원 의원을 향해서는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후보는 뽑아선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홍 지사가 이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는 커녕 대권을 향한 중요한 무기로 쓸 생각인 모양이다. 막말로 뜬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태세다. 홍 지사는 7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와 두테르테는) 현재의 위기 상황과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인데 이것을 두고 막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며 “막말, 품위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 등 당내 대선주자들을 겨냥해서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 흙수저 행세하는 사람’ ‘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내용 없는 이미지 정치 하는 사람’ 등이라고 혹평했다. 홍 지사는 현재 진행 중인 ‘성완종 리스트’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막말 아닌 ‘참말’ 하는 대선후보로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막말을 하는 사람은 배설의 시원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불쾌함과 고통이 있을 뿐이다. 행운을 위해 항상 빨간색 넥타이를 매거나 속옷을 입고 다닌다는 홍 지사가 과연 한국의 ‘트럼프’로 부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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