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탐구생활 ―이진희(1972∼ ) 나는, 나는 매일 나는 애벌레거나 곤충의 상태인 듯한데 밤이면 짐승이나 꿀 법한 꿈에 시달리면서도 한낮에는 천연덕스럽게 꽃이나 나무의 이름표를 가슴에 붙이고 간신히 성장하는 기분, 도무지 나는 무얼까 어떤 숙제도 제대로 한 적 없는데 어떤 통과의례.. 시감상 2016.08.26
[칼럼 638]‘이대 나온 여자들’의 승리/최영훈 수석논설위원/동아일보/2016.08.04 10년 전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히로인 김혜수는 농염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는 정 마담 역으로 나온 그는 단속 나온 형사가 자신을 연행하려 하자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쏘아붙인다. “잠깐만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형사의 말.. 칼럼읽기 2016.08.26
무사의 노래 무사의 노래 나에겐 부모가 없다 하늘과 땅이 나의 부모 나에겐 집이 없다 깨어있음이 나의 집 나에겐 삶과 죽음이 없다 숨이 들고 나는 것이 나의 삶과 죽음 나에겐 특별한 수단이 없다 이해가 나의 수단 나에겐 힘이 없다 정직이 나의 힘 나에겐 비밀이 없다 인격이 나의 비밀 나에겐 몸.. 시감상 2016.08.25
[칼럼 637]‘인천상륙작전’이 국뽕?/한기흥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8.03 북한 사람들은 인천 월미도를 인천상륙작전 때 미제에 맞서 처절히 항거했던 ‘영웅들의 섬’으로 안다. 1950년 9월 13일부터 사흘간 월미도의 북 해안포병 중대가 미 군함 10여 척을 격침하고 수천 명을 죽이는 등 결사적으로 항전하다 위대한 패배를 당했다고 당국이 허위 선전한 탓이다... 칼럼읽기 2016.08.25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위대한 사람들의 무덤을 바라볼 때 내 마음속 시기심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미인들의 묘비명을 읽을 때 무절제한 욕망은 덧없어진다. 아이들 비석에 새겨진 부모들의 슬픔을 읽을 때 내 마음은 연민으로 가득해진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부모들 자신의 무덤을 .. 시감상 2016.08.24
[칼럼 636]첫 여성 도쿄지사 고이케/권순활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8.02 2005년 ‘헨진(變人·괴짜)’으로 불리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공공개혁을 내걸고 추진한 우정(郵政) 민영화 정책에 야당은 물론 일부 자민당 의원까지 반대하자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민영화에 반발해 탈당한 자민당 중진 ‘반란파’의 지역구에는 지명도가 .. 칼럼읽기 2016.08.24
내게는 그분이 내게는 그분이 ―사포(기원전 625년 무렵∼기원전 570년 무렵) 내게는 그분이 마치 신처럼 여겨진다. 당신의 눈앞에 앉아서 얌전한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 남자분은. 당신의 애정 어린 웃음소리에도 그것이 나였다면 심장이 고동치리라. 얼핏 당신을 바라보기만 해도 이미 목소리.. 시감상 2016.08.23
[칼럼 635]‘행복한 마음’의 도전/박학용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8.02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이 임박하면서 문을 닫는 유명 한정식집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언론도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1인당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하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이 법 시행령이 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음식점의 경우 전·현직 대통령.. 칼럼읽기 2016.08.23
휴전선 휴전선 ―박봉우(1934∼1990)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 시감상 201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