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712]내려놓아야 기회가 생긴다/김진국 대기자/ 중앙일보/2016.11.09 참 멀리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국회에 총리 추천을 맡겼다.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거국내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시간은 13분에 불과했다. 그렇게 흔쾌하게 내려놓은 것 같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실.. 칼럼읽기 2016.11.15
<369>우포여자 우포 여자 ―권갑하(1958∼ )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잔 본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 시감상 2016.11.14
[칼럼 711]라스푸틴의 저주/황성준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07 제정 러시아 붕괴의 두 주역은 그리고리 라스푸틴과 블라디미르 레닌이다. 라스푸틴에 의한 ‘체제 타락(regime corruption)’을 레닌이 ‘체제 붕괴(regime collapse)’로 이끈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1869년, 1870년생으로 한 살 차이다. 그러나 성장 배경과 삶은 정반대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 .. 칼럼읽기 2016.11.14
<373>새들은 아직도 새들은 아직도…… ―최영미(1961∼ ) 아스팔트 사이 사이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구나 된바람 매연도 아랑곳 않고 포클레인 드르륵 놀이터 왕왕시끌도 끄떡없을 너희만의 왕국을 가꾸는구나 부우연 서울 하늘 무색타 까맣게 집을 박는구나 봄이면 알 낳고 .. 시감상 2016.11.13
[칼럼 710]구중궁궐/이현종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03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생활 공간인 ‘관저’는 더 고립돼 있다. 북악산 바로 밑에 위치한 관저는 지상 2층, 지하 1층에 6093㎡로 본채와 별채, 사랑채, 회랑 등 전통양식으로 지어졌다.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면 모를까 집이 너무 크게 설계돼 역대 대통령들은 .. 칼럼읽기 2016.11.13
<374>물리치료 물리치료 ―이정주(1953∼ ) 여자는 내 어깨 아래 핫백을 밀어 넣는다 나는 데워진다 따뜻하고 어지럽다 여자는 내 어깨에 멘소레담을 바르고 근육들을 만진다 시원하고 아프다 여자는 내 어깨에 전극을 붙이고 스위치를 올린다 찌릿찌릿하고 간지럽다 여자는 물리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 시감상 2016.11.12
[칼럼 709]대통령직/홍정기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02 헌법 제65조는 제3장 국회의 마지막 조항이고, 제66조는 제4장 정부의 첫 조항이다. 제65조는 국회의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 탄핵 소추 규정이다. 그 규정 좇아 탄핵된 공무원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제66조는 대통령의 지위와 임무 규정으로, 외국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헌법.. 칼럼읽기 2016.11.12
<375>동질(同質) 동질(同質) ―조은(1960∼ ) ​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나지금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말이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시감상 2016.11.10
[칼럼 708]이재명이 뛰니 박원순도 뛴다/허문명 논설위원/동아일보/2016.11.03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긴급성명을 내고 “식물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비상시국회의에도 참여할 테니 야당도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이 지지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인터넷에.. 칼럼읽기 2016.11.10
<376>바람에게 바람에게 ―김지하(1941∼ ) 내게서 이제 다 떠나갔네 옛날 훗날도 먼 곳으로 홀가분하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네, 남은 것은 겉머리 속머리 가끔 쑤시는 짜증뿐 빈 가슴 스쳐 지나는 윗녘 아랫녘 바람소리뿐 내게서 더는 바랄 것 없네 버리려 떠나보내려 그토록 애태웠으니 바랄 것은 아.. 시감상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