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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40]뜨는 권력과 언론/송평인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5.05

시온백향목 2017. 6. 12. 13:19

2SBS 8시 뉴스의 세월호 인양 지연에 차기 정권과 거래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는 해양수산부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어제 밝혀졌다. 이 보도가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정작 보도보다 더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3일 사과 방송이다. 130초짜리 보도에 대한 사과방송이 무려 530초간 이어졌다. 방송사상 더한 오보도 많았을 텐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으로 방송기자 출신인 박광온 의원의 말에 따르면 530초 사과는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방송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오보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사과방송 어디에서도 오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 방송사상 최장시간의 사과를 한다는 건 비례가 맞지 않는다. 사과방송은 취재 기자에겐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고 단지 게이트키핑이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어제 사과담화문에서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탔다면서도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뜨는 권력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문 후보 측이 SBS에 압력도 가하지 않고 그저 항의만 했다는데도 SBS는 오보도 아닌 단지 함량 미달의 기사에 최장시간 사과방송을 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어제 사장 담화문을 통해 재차 사과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SBS가 진짜 방송을 하고 가짜 뉴스라고 사과했다“SBS 사장과 보도본부장의 목을 다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내가 집권하면 종편 4개 중 2개를 없애버리겠다고 한 말과 겹쳐 들린다

민주화 이후 정치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언론사를 업신여기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1당의 문 후보를 봐도, 2당의 홍 후보를 봐도 언론의 앞날이 걱정된다.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도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언론이 권력과 당당히 맞서려면 방법은 하나다. 최선을 다한 진실 보도만이 펜을 검보다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