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남자친구 쫓아다니다가 운동권이 됐고, 구로공단에‘공활(공장활동)’갔다가 너무도 열악한 여성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고 연민을 감당할 수 없어 노동운동가가 됐다”고 자신의 책‘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에 썼다. 서울대 사범대에 다니던 그는 1980년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의 배후 주모자로 지목돼 이후 9년 동안 지명수배자로 지내며 노동운동가의 운명적 삶을 살게 됐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7%를 기록했다. 한 주 전보다 3%포인트 올랐다. 그는 TV토론의 최대 승자다. 응답자의 30%가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그를 꼽았다.‘돼지 흥분제’로 논란이 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세게 몰아붙여 여성의 관점을 확인시키고, 당내에서 단일화 압박을 받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는‘굳세어라 유승민’으로 한 방 있는 응원을 보내고, 군 동성애와 동성혼 불가를 외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는 동성애 차별 반대로 진짜 진보가 뭔지 보여줬다.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 선두에 서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보좌파 유권자들 사이에 이제 문 후보를 찍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심리가 있다. 멀리 보면 정의당이 2012년 통합진보당과 결별함으로써 더 이상 종북(從北) 정당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게 된 것이 심 후보 지지율의 안정적 토대가 됐다.
심 후보를 직접 보면 노동운동가 출신이라고 하기에는 푸근한 아줌마의 인상과 여성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성적인 말투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역대 진보정당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은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은 3.9%였다. 심 후보의 애초 목표는 사퇴 압력을 잠재울 5%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진보정당의 염원인 꿈의 10% 달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심 후보의 약진은 우리나라에서도 진보정당이 노동 현장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도 뿌리를 내려가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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