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을 설탕물이나 팔고 살 건가요?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가지렵니까?”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1983년 존 스컬리 펩시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스카우트하면서 던진 말이었다. 스컬리가 누군가. 눈을 가리고 콜라를 마시던 사람이 안대를 벗으며 “어! 펩시잖아”라고 외치는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로 펩시콜라를 당당히 코카콜라의 경쟁자로 만든 마케팅 천재였다. ‘검은 설탕물’이나 팔던 그는 애플로 옮긴 지 2년 만에 창업주 잡스마저 쫓아낸다. 그도 결국 10년 만에 회사를 떠났지만 ‘스마트폰의 아버지’로 남았다.
용량 500mL 탄산음료 한 병에는 3g짜리 각설탕 18개의 당(糖)이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가공식품을 통한 성인의 당류 하루 섭취량(50g)을 넘어선다.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인산은 칼슘 흡수를 막아 뼈를 약하게 한다. 많은 나라가 비만과 뼈 약화의 주범인 탄산음료의 청소년 음용을 막는 이유다. 탄산음료 하면 코카콜라다. 맥도널드 햄버거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세계 20여 개국이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설탕세(稅)’는 ‘콜라세’로도 불린다.
코카콜라가 본사 직원의 20%에 이르는 1200명을 감원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추가 인력 감축도 단행해 2019년까지 매년 8억 달러(약 9040억 원)를 절감하겠다고 했다. 매출액이 2012년 이후 4년 만에 13%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콜라 주력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콜라 사업에선 2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찍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펩시 모델’ 따라 하기다.
펩시는 2000년대 들어 과일주스(트로피카나) 스포츠음료(게토레이) 같은 무탄산음료와 오트밀(퀘이커) 같은 웰빙스낵 사업으로 다각화해 코카콜라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의 매출 70%가 탄산음료인 데 비해 펩시는 20%에 불과하다. 나아가 친환경 먹거리 생산과 소득의 지역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100년 넘게 승승장구하던 기업도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위기를 맞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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