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하면 1912년 비극적 최후를 맞은 타이태닉호가 떠오를 정도로 역사가 길다. 하지만 연륜이 무색하게 조선·관광 분야의 신(新)블루오션 대접을 받는다. 조선업이 죽을 쑤면서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크루즈선만은 60% 넘게 급증했다. 마진도 일반 상선의 2배가 넘는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조선강국 코리아도 크루즈 앞에선 고개를 떨군다. ‘선박건조의 종합예술’로 불리는 크루즈는 저진동·저소음 등 고난도 설계와 수준 높은 인테리어 능력을 요한다. 이 분야 노하우를 쌓아온 이탈리아·독일·프랑스의 독무대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가 1000억 엔에 크루즈선을 수주했다가 2375억 엔의 손실을 입은 사례는 기술 장벽을 실감케 한다. STX해양조선이 지분을 갖고 있던 STX프랑스도 얼마 전 이탈리아 업체에 팔리면서 국내 유일의 크루즈 연결 끈마저 끊어졌다.
세계관광기구가 ‘21세기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꼽은 크루즈다. 2015년 기준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2400만 명, 매년 5%가량 늘고 있다. 한·중·일을 축으로 한 아시아 시장의 뒤늦은 성장세는 특히 무섭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195만 명이다. 2014년 처음 100만 명을 넘기고 2년 만에 갑절 가까이 불었다. 1인당 102만 원을 쓰면서 2조 원의 소비 효과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에 내린 크루즈 관광객의 97%가 중국인이다. 국내를 모항으로 출발하는 크루즈선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과 관광 양 날개로 날 수 있는 크루즈산업의 질적 도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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