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대중음악은 시대의 거울이며, 당대 사람의 얼굴이라고 한다. 대중음악 속에는 대중성, 예술성은 물론 시대성이 오롯이 녹아 있다. 노래의 가사와 장르를 보면 그 시대의 살림살이도 보인다. ‘희열’의 파도타기(서핑) 음악은 넉넉할 때, ‘분노’의 펑크 록은 팍팍할 때 유행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대중음악사를 볼 때 불황기 히트곡들은 주로 ‘희망가’다. 절망하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곡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으로 평가받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Somewhere over the Rainbow)’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주디 갈런드 분)가 부른 이 곡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기다. ‘무지개 너머 저 높은 곳 어딘가에/자장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땅이 있죠/무지개 너머 하늘이 파랗게 물든 어딘가에/그리고 당신이 꿈을 꾸면 반드시 이뤄지죠.’
호황 때 입에 착착 감기는 노래는 역시 ‘삶의 찬가’다. 전설의 팝 음악인 루이 암스트롱의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는 1960년대 말 등장했다. 미국 경제가 승승장구하던 태평성대였다. ‘저는 푸른 나무를 봅니다. 빨간 장미도요/전 그것들이 저와 그대들을 위해 만개하는 걸 보지요/그러곤 스스로 생각합니다/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그 직후 경제가 고꾸라지자 나온 곡이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다.
최순실 사태, 청년실업, 양극화 등에 찌든 대한민국의 요즘 대세 곡은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다. 촛불집회에선 ‘국민노래’로 통한다. 지난 연말 거의 모든 시상식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와 이혼하니까 내가 없어졌다. 6개월간 정신병원에 다니다 졸업하고 집에 와 이 가사를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두침침했는데 내가 다시 생긴 것 같더라. 거짓말같이 환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혼’을 앞둔 국민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면 걱정 안 해도 되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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