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 날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야.”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세태를 그린 한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다. 혼술, 혼밥에 이어 혼커(혼자서 커피 마시기), 혼캠(혼자서 캠핑하기) 같은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최근 혼자 하는 풍조가 유행이다. 1인 가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데다 개인화 조류 때문에 식당도 혼밥 전용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사회적 관계가 부담스럽고, 스마트폰으로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혼밥, 혼술을 즐겨 한다면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회적 관계가 대부분 식사를 같이 하면서 돈독해지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는 것인데 대통령이 참모나 장관들을 멀리하고 혼자서 밥을 먹는다면 지극히 비정상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지난 6월까지 청와대 관저의 양식 조리장을 했던 한상훈 씨는 최근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부분 관저에서 혼자 TV를 보면서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에도 관저에서 점심, 저녁을 혼자 먹었다는 것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해 300여 명의 학생이 죽었는데도 오후 5시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하고 돌아와 청와대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관저에서 지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최순실 씨가 매주 일요일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한 뒤 혼자 조리장이 해주는 밥을 먹었고 3인방도 각자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혼밥 문화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는 이런 습관의 배경을 ‘사회공포증’이나 ‘우울증’에서 찾고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불안을 경험한 후 인간관계를 기피하는 것인데, 박 대통령의 혼밥, 대면보고·기자회견 기피 등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일본에서는, ‘나홀로족(族)’ 생활 습관을 넘어 ‘병적인 외톨이’를 의미하는 ‘히키코모리’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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