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국회 의안 제2004092호,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야 3당이 지난 3일 우상호·박지원·노회찬 3인 등 171인의 이름으로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그 사유로서 헌법 제1조와 함께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존재”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임을 맨 먼저 강조했다. 12년 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노무현) 탄핵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할 당시의 주제어들이다. 그렇게 탄핵소추안 첫 페이지에서부터 직전 결정례를 인용했다. ‘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결정’이라고 밝혔음은 물론이다.
아뿔싸, 바로 그다음 페이지 첫 각주(脚註)에선 선고일을 ‘2004. 5. 12.’라고 잘못 썼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유일한 전례 아닌가, 무슨 정치가 그리 정치(精緻)하지 못한지…. ‘세월호 7시간’ 부분을 들어내느니 마느니 해온 변덕에 버금갈 만큼 그 오타 영 마뜩잖다.
소추안 첫 페이지가 헌법 제66조 ‘대통령의 성실한 의무’ 및 제69조 ‘대통령으로의 직무, 성실한 수행’을 직렬 접속한 대목은 더 당황스럽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무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서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법정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 “비록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 수행 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현행 헌법하에서는 대통령은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는 책임을 질 방법이 없고 ….”
그것참,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인 헌법이 다 있다…니.
단상(斷想)을 국가공무원법 곁으로 옮긴다. 제55조 선서문 -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제56조 -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렇다, 일반 공무원이 성실 의무를 어기면 하다못해 징계는 받는다. 대통령의 성실 의무는 왜들 불성실하다 싶을 만큼 낮추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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