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8진미(珍味)’가 있다. 용의 간(龍肝), 봉황의 골수(鳳髓), 표범의 배 속 새끼(豹胎), 오랑우탄 입술(猩脣), 사슴 꼬리(鹿尾), 낙타의 혹(駝峰), 매미 배 껍질(蟬腹), 곰 발바닥(熊掌)이다. 지금도 일부 식도락가가 즐기는 ‘3진미(珍味)’로 불리는 요리도 있다. 제비집, 전복 그리고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이다.
샥스핀이 머잖아 우리나라 ‘식단’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샥스핀을 취급하는 특급호텔들이 최근 잇달아 판매를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 5성급 호텔의 30% 정도만 이 요리를 만든다”며 “이들도 중국 관광객 때문이라 수년 내 접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호텔들이 샥스핀에서 손을 떼는 건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이들은 샥스핀 획득 과정이 너무나도 잔인해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캠페인도 벌인다. 샥스핀 도매가격은 ㎏당 100달러인 반면 상어 몸체는 ㎏당 1달러에 불과해 상어를 잡으면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바다에 버리는 게 어민들의 관행이다. 문제는 그렇게 바닷속에 내팽개쳐진 상어가 부력을 상실한 채 허둥대다 죽어간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연간 1억 마리의 상어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샥스핀의 퇴장’은 이미 전 세계적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하와이주 등은 아예 법적으로 샥스핀 판매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과 일부 중화권 국가에서도 판매를 없애거나 줄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3년부터 나라의 공식적인 자리에 샥스핀 요리를 내놓을 수 없도록 법으로 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상어 지느러미에 치매나 루게릭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있다는 미국 유수 대학 연구팀의 분석 결과도 나와 있는 터다.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할 때 샥스핀이 등장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환경 단체들은 “인간의 탐욕 앞에 상어들이 무분별하게 죽어가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모르는가” 하며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 말을 곱씹는 순간 ‘촛불 군중’ 속 한 시민의 외침이 오버랩됐다.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부역자들은 당신들의 탐욕 때문에 선량한 국민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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