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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38]스트롱맨 시대/황성준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2.01

시온백향목 2016. 12. 27. 21:16

                               

 호황·안정기에는 이상적 배우자로 부드러운 꽃미남이 선호되지만, 불황·위기가 오면 근육질 터프가이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한다.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정작 절대적 자유인은 거의 없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결정장애를 느낄 때가 있으며, 때론 본인 대신에 그 누군가가 올바르게 결정해 주길 바라는 것이 대다수 사람의 심리다. 옥스퍼드 사전은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하는 포스트-트루스(post-truth)’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는데, 이 같은 절대 진리의 부재는 나약한 개인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현재 세계는 스트롱맨(strong man)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주변 4강은 모두 스트롱맨으로 채워졌다. ‘강한 러시아를 앞세우며 우크라이나 내전을 사실상 배후조종하고 있는 푸차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덩샤오핑 이후 유지돼 온 집단지도 체제를 1인 체제로 바꾸고 남중국해를 중국 바다로 만들고 있는 시황제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보통국가화를 추구하며 근육을 기르고 있는 슈퍼마리오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이단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까지.


 중국이 지난 9월 서해에서 이 해역을 담당하고 있는 북해함대뿐만 아니라 동해함대·남해함대 등 중국 3대 함대가 모두 참여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함 100여 척, 군용기 수십 대가 투입돼 원거리 유도 및 정밀 타격과 다차원 방어 능력 등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서해 군사훈련은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생존 전략은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함께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이 현재 조성되고 있는 2차 스트롱맨 시대에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지정학적 현실주의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드는 명분일 뿐, 그 근원은 해결 불가능한 미·중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것이다. 1차 스트롱맨 시대는 약 80년 전 히틀러·무솔리니·스탈린의 트리오 시대였다. 당시 독·소 사이에서 폴란드는 히틀러와 스탈린의 힘의 균형 속에서 생존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