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 현대문학
인샬라(Inshallah: 신의 뜻이라면)
첫 문장이 좀 불만이다.‘나는 1975년의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지금의 내가 되었다.’이고 그다음 문장이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라고 한다. 여기서‘지금의 내가 되었다’라는 번역 투의 문장을 생략하고‘1975년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고 하면 주인공 아미르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니 문장이 매끄럽게 읽힌다.
아미르와 하산은 어렸을 때 유모 사키나의 젖을 같이 먹고 자랐다. 아미르와 하산은 비록 신분의 차이가 있었지만, 친구나 형제처럼 지낸 사이였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와 하산의 아버지 알리 역시 하인이 아니라 형제처럼 자랐다. 알리가 5세때 부모가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아미르의 할아버지가 집에 데리고 와서 같이 키운 것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아미르는 바바의 사랑에 목이 말랐다. 같이 자라면서 하산은 신분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한다. 아미르는 글을 모르는 하산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때론 놀려주거나 이야기 내용을 바꿔 가면서 책을 읽어주었다. 하산은 그때마다 너무 재미있다고 하면서 듣는다.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지은 동화를 읽어주기도 하며 아버지 친구에게 보인다. 칭찬을 들으며 작가의 꿈을 키워 나간다.
연날리기 대회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 대회다. 운동신경은 별로였지만 아미르에게 연날리기는 유일하게 잘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그해 아미르는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만, 연을 쫓아 갔던 하산이 아세프 일행에게 폭행 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손도 못 쓰고 몸이 얼어붙은 채로.
어느 날 아미르는 알리가 사는 오두막집으로 가서 하산의 매트리스 밑에 자기 시계와 돈 봉투를 감춘다. 그리고 바바에게는 시계와 돈을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바바가 용서한다고 했지만 알리와 하산은 오두막을 떠난다. 그후 소련의 침공으로 인해 아프카니스탄에 살 수 없게 된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된다.
아미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주말마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그는 그곳에서 반려자인 소라야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작가로서의 기반도 다져 나간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렸을 적 자신을 이해해 주던 아버지의 친구 라힘칸의 전화를 받고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하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결혼을 해서 아들을 하나 두었고, 또 글을 배워 그에게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집을 지키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힘칸은 하산의 아들이 고아원에 있으니 가서 데려오라고 한다.
라힘칸을 통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미르가 38세 때이다. 그것은 바로 하산의 출생의 비밀이다. 아버지와 하인 알리의 처 사나우바르 사이에서 하산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아미르와 하산이 도련님과 하인 사이가 아니고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산에게 참회할 겨를도 없이 하산 내외가 탈레반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국 그의 아들 소랍을 고아원에서 빼내어 미국으로 데리고 가려고 백방으로 애쓴다.
소랍이 미국에 가기 싫다고 하며 자살소동을 벌여 병원 응급실로 이동한다. 퇴원 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아미르 내외와 함께 생활한다. 옛날 카불에서 하산과 연날리기를 했던 것처럼 공원에서 아미르 내외와 소랍은 연날리기를 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주인공 아미르의 어른이 되어 가며 겪는 성장통에 공감하면서, 번역투의 문장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었다. 다음은 인상적인 대화로써 머리 속에 남는다.
“장군님, 제 앞에서 다시는 저 아이를 하자라 아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저 아이에게는 이름이 있습니다. 소랍이라고 합니다.”
자유인 소랍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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