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그 속도는 과거보다 현재, 현재보다 미래로 갈수록 훨씬 더 빠를 게다.‘세월의 가속도 법칙’때문이다. 직업군의 명멸(明滅)도 그런 흐름의 귀결이다. 직업계층을 일컫는‘칼라(collar·옷깃)’의 진화도 마찬가지다.
칼라의 효시 격은‘화이트칼라’와‘블루칼라’다. 전자는 사무실에서 정신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주로 흰 와이셔츠를 입은 데서 유래한 용어다. 후자는 생산현장이나 작업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주로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데서 나왔다. 19세기엔 기술을 지닌 블루칼라가 대우받았던 반면 20세기는 조직이 대형화하면서 관리능력을 가진 화이트칼라가 대접받는 시대였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칼라도 수십 갈래로 다기(多岐)하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칼라 족보’에 그 이름이 오른 몇 개만 추려보자.‘골드칼라’란 금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칭한다. 출퇴근 없이 재택근무를 해 복장에 구애받지 않는 정보산업체 고급인력을 가리키는‘노칼라’도 있다. 미국 명문대를 나온 한 젊은이가 귀국해 관광용‘인력거꾼’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브라운칼라’라는 말이 국내에 유행한 적이 있다. 노동(블루칼라)과 전문성(화이트칼라)을 접목한 신(新)융합형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다.‘르네상스칼라’도 등장했다. 그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다양한 경력을 갖고 급변하는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최대 화두로 떠오른 요즘엔 ‘뉴(new)칼라’가 대세다. 지난해 11월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로 확산된 신조어다. 그는 이 편지에서 “더 이상 4년제 졸업장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능력을 갖춘 ‘뉴칼라’를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IBM은 새로운 학교를 미국 전역에 100개가량 만들겠으니 도와 달라”고 요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IBM은 미국 본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3분의 1이 뉴칼라라고 한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과학기술에 친숙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갈 길이 구만리인 우리는 아직도 일류대 타령이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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