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기

[칼럼 831]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자리/최영해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4.18

시온백향목 2017. 5. 13. 14:00

청와대의 경제금융비서관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산하 6개 비서관 가운데 선임으로 경제계에선 왕비서관으로도 불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를 총괄하면서 굵직한 경제정책을 주무른다. 기획재정부에서 잘나가는 1(이사관) 관료를 뽑아 쓰고 차관으로 승진시켜 주는 엘리트 코스다. 정권 출범 초엔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드는 자리다.


이명박(MB) 정부 초대 경제금융비서관은 고졸 신화로 불리는 김동연이었다. 기재부 복귀 후 예산실장, 2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첫 경제금융비서관 주형환도 기재부 1차관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발탁됐다. MB 정부 두 번째 경제금융비서관 임종룡은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NH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금융위원장에 중용된 드문 케이스다


핵심 요직이라 정권 말기엔 부담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MB 정부 말기 경제금융비서관 윤종원은 대통령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청와대를 빠져나와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로 갔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가까운 그가 국내에 있었더라면 차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관가에 돌았다. 그의 후임으로 4개월짜리 경제금융비서관을 겸임한 최원목 국정기획비서관은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승계라도 전 정부 청와대 출신은 기피 대상인 것이 요즘 세태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김철주 경제금융비서관이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으로 간다고 한다. IMF나 세계은행(WB) 같은 번듯한 국제기구가 아니라 격에 맞지 않는다는 뒷말이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팽()당할 건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폐족(廢族)이 된 청와대 참모들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관료 출신 청와대 참모들에겐 부역자낙인이 찍힌다. 세금으로 키운 엘리트 관료를 전 정부 청와대 근무경력만으로 꼬리표를 달아 물 먹이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