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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30]상하이샐비지/정성희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4.14

시온백향목 2017. 5. 12. 13:06

세월호를 인양한 중국 해상구난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우리 정부와 계약했던 금액(916억 원)3배 이상으로 초과한 2800억 원의 비용을 썼다. 수면 44m 아래에 있던 세월호를 떠받칠 철제 리프팅빔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3개월이 지연된 것이 큰 원인이다. 선미가 석회질 토양에 뒤덮여 있어 중국인 잠수사들이 쟁기 같은 특수 장비로 선미 쪽 토양을 일일이 갈아내는 작업을 했다.


세월호 리본 배지를 가슴에 단 훙충() 상하이샐비지 대표는 세월호 인양작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했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내 손을 잡았던 기억과 반드시 인양하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비용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인양을 늦추고 있다는 일부 누리꾼의 비난이었다고 한다. 계약 금액이 고정돼 있어 시간이 지연될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인데도 악플은 멈추지 않았다.


상하이샐비지는 유럽의 쟁쟁한 인양업체를 제치고 20158월 세월호 인양업체로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명성을 인정받고 싶어 최저가로 응찰해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악조건 속에서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 실제로 인양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적자다. 훙 대표는 인양을 위해 빌린 돈이 총 13000만 달러(1492억 원)”라며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인양으로 발생한) 적자를 한국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싶다고 했다.


계약은 계약이다. 리스크를 감내하는 건 기업의 운명인데 손실을 입었다고 보상을 해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적자를 능가할 명성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치졸한 중국 정부는 정부고, 상하이샐비지는 개별 기업이며 잠수사들이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해온 만큼 최소한의 손실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500억 원까지 일부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세월호가 남긴 또 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