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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90]법관의 성향/황진선 논설위원/문화일보/2017.02.09.

시온백향목 2017. 3. 4. 12:15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데다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탄핵심리를 이끌면서 신속한 결론을 강조해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난을 샀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 하는 퇴임사의 한 대목이다.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더욱 실질화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자신을 보수로 분류하는 시각을 탐탁지 않아 한다. 그는 2011년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뒤 법관의 판결은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 없고, 판결의 바탕이 되는 것은 균형 감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대법원이 과거사나 노동 관련 사건에 너무 엄격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굳이 보수·진보로 나눠 보는 건 진정한 뜻을 처음부터 편향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 아닌가. 사법기관은 법의 정신을 찾아 법을 해석한다고 했다.


 20156월 미국은 동성결혼을 허용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5 4, 한 표차 합법 판결의 다수 의견을 집필한 연방 대법원 앤서니 케네디(81) 대법관은 독실한 가톨릭이었다. 그는 상고인(동성애자)들은 혼인의 존중받는 개념과 현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변할 수 없는 본성으로 인해, 동성혼은 이들이 이 중대한 헌신에 이를 유일한 방법이라고 썼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70) 판사가 지난 3일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 집행을 미 전역에서 잠정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즉시 내린 ()이민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제1종교, 표현, 언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는 원칙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그는 엄격한 법 집행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이지만, ‘법원은 시민을 돕는 기관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최근 법관이 정치인과 행정부처의 명령이나 처분의 위헌성을 판단할 적임이라는 점이 새삼 부각되는 것 같다. 공약 이행이나 낙선 걱정이 없으므로 어느 쪽이 사회의 변화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정신과 가치,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