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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57]인간 지능의 위기/이기환 논설위원/경향신문/2017.01.04

시온백향목 2017. 1. 20. 19:51

 지난해 말 홀연히 나타나 바둑계를 평정하고 있는 고수가 둘 있다. 50연승을 질주하는 마스터매지스터. 3일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한큐바둑이 주최한 온라인 대국 때의 일이다. (박정환 9·2집반패(커제 9·불계패(이야마 유타 9·불계패) 3국의 1인자가 마스터에게 연패했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다른 17명도 일패도지했다.


 바둑계는 마스터매지스터가 동일인이며, 그의 정체는 알파고일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압도한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히 넘사벽이 되었다. ‘추정알파고에 불계패한 박영훈 9단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제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토로했다. 중앙의 두터움까지 집으로 계산하는 알파고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 이상의 실력 차이라고 했다. 바둑에서는 먼저 두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덤(6.5~7.5)을 상대방()에게 지불하고 둔다. 그런데 박영훈 9단의 말은 이제 덤 없이 먼저() 두어야 알파고와 비슷할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커제(柯潔)나 박정환, 박영훈 9단 등이 2점을 깔고 둬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수도 단 7초 만에 두는 실력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알파고 같은 실력자가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알파고가 등장하자 중국은 바둑 종주국이 서양에 뒤질 수 없다면서 부랴부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결과는 놀랍다. 중국이 개발한 줴이(絶藝)’,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인 싱톈(刑天)’80~90%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커제(25박정환(14) 등도 쩔쩔매고 있다. 하영훈 한큐바둑 이사와 손근기 5단 등은 알파고 등은 정수와 악수, 포석과 같은 인간의 고정관념대로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분에 매달리는 인간에 비해 알파고는 한 수 한 수를 둘 때마다 바둑판 전체를 조망하고 계산한다. 3000년 이상 인간이 축적해온 바둑의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


 벌써 선~2점 접바둑의 차이가 됐다면 인간의 바둑은 앞으로 어찌되는가. 모골이 송연해진다. 때마침 인공지능 때문에 2025년이 되면 16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바둑계부터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