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이중 잣대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예술작품에는 외설 검열을 엄격하게 하는 반면 성매매, 도박 관련 유해성 게시물은 제대로 제어하지 않아서다. 최근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에 사는 작가 엘리사 바르바리는 사진 한 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는 페이스북에 볼로냐 시내 광장에 있는 바다의 신 넵투누스(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세이돈) 나체 동상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조각상은 1560년대 세워졌다. 페이스북은 바르바리에게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 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술적 혹은 교육적인 목적이라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하고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2015년 1월에도 같은 이유로 덴마크의 인어 동상 사진을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전 때 미군 네이팜탄 공격으로 옷이 불타는 바람에 벌거벗은 채 달아나는 소녀 사진을 삭제했다. 이 사진은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사진 기자 후잉 콩 우트는 197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비난을 받자 사과한 뒤 복구했다.
이런 검열은 500년 전 로마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다. 당시 교황 바오로 4세는 바티칸에 있는 남성 나체 조각상의 성기 부위에 석고나 대리석으로 만든 무화과 잎을 덮도록 했다. 성직자들에게 음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19세기 들어 무화과 잎 검열을 해제하려고 했지만, 너무 강하게 붙어 떼어내지 못하거나 일부 조각상에서는 성기 부분까지 모두 떨어져 나갔다.
페이스북이 나체 관련 사진물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치를 하면서 정작 성매매, 도박 등 게시물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는 ‘확실하고 안전한 메이저급 규모의 놀이터, 도메인 보고 마음에 안 드시면 나가시면 됩니다’라는 도박 사이트 게시물이나, 여성 비키니 사진과 ‘파트너 3시간 15만원 9시간 35만원 제주도 이외 출장가능’ 등 민망한 내용의 성매매 게시물이 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지 모르지만, 성매매나 도박 게시물을 어느 정도 방치하면 트래픽(송수신되는 모든 통신량)이 오르기는 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장삿속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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