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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01]갑질, gabjil/홍정기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0.07

시온백향목 2016. 11. 3. 11:24

 ‘()도 결국.


 국립국어원이 5일 개통한 온라인 국어사전 우리말샘갑질을 올려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 ‘(명사) 상대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상대를 호령하거나 자신의 방침에 따르게 하는 짓.’


 저 자신만 잘난 줄 알고, ()이라면 말부터 놓는 갑질을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근간 상류의 탄생’(김명훈 저, 비아북·2016.6.3)은 미국 주간지 애틀랜틱’(The Atlantic)땅콩 회항사건의 여파를 다룬 적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 “기자는 갑질이라는 표현을 ‘gabjil’이라 표기하고 영어로 대략 하이 핸디드니스(high-handedness)’정도 되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국말로 다시 번역하면 고압적인 행태쯤 되겠다.”


 그렇다. 인간적으로 영 돼먹지 않은 짓거리가 갑질이다. 저자는 ‘gabjil’로부터 사회를 구하고 지킬 상류의 10대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 배려·책임·통찰·원칙·예의·절제·청렴·전통·박애·품위.


 10대 덕목을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딱 한 가지, ‘책임으로 압축하고 있다. 근간 특혜와 책임’(가디언·2016.8.22)의 부제(副題)한국 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달고 그 머리말도 옥스퍼드사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의에서 빌렸다 - ‘특혜는 책임을 수반한다’(Privilege entails responsibility).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는 질정(叱正) 못지않게 법에도 갑질이 있다고 지적한 대목 또한 재독할 만하다. 현행 인성교육진흥법은 제21호에서 인성교육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번드르르, 번지르르해 하기 쉽고 듣기 좋은 이 법에 대해 송 교수는 인성을 어불성설(語不成說) 법으로까지 묶어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곧 천민성(賤民性)”이라고 손사래 치고 있다


 김영란법 입법자의 인성?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은 안 되지만 직접 만든 종이꽃은 괜찮다던가. 법으로 이렇게까지 미는 것 아니다. 법원 판례 기다리자는 말도 그렇다. 듣기 그럴듯해 판례이지, 결국 누군가가 얼마나 혼나고 당하는지 지켜보자는 천민성 gabjil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