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베스트셀러 ‘말리와 나’의 저자 존 그로건이 말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만 있을 뿐”이라고.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반려견의 문제행동으로 고민하는 가족을 찾아가 해법을 일러준다.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거나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물어뜯는 등 사고뭉치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한순간에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대부분 문제가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되므로 접근법이 바뀌면 반려견도 따라 변하는 것이다.
지난달 방송된 시즌2 첫 시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유기견 ‘생명’이 등장했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 흙바닥에 버려진 유기견이 11시간 만에 구조됐다. 하지만 온몸에 심한 구타로 인한 뇌출혈 등 학대 흔적이 남아 있어 보는 내내 가슴이 짠했다. 최근 실종된 대형 반려견을 인근 마을 주민 4명이 잡아먹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전북 완주군 최모 씨는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품종의 열 살짜리 ‘하트’가 집을 나가자 애타게 찾아 헤맸다. 실종 전단과 현수막을 내걸고 경찰에 실종 신고도 했다.
나흘 만에 하트는 유골로 돌아왔다. 수사 결과 주민들이 도축해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최 씨는 “가족이 살해당한 기분”이라며 블로그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퍼지면서 ‘딱 봐도 애완견처럼 보이는 개를 잡아먹다니 사람도 아니다’며 누리꾼의 분노가 폭발했다. 익산경찰서는 길 잃은 개를 잡아먹은 혐의(점유물이탈 횡령)로 주민들을 입건했으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제 동물원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5대 원칙을 발표했다.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환경이나 신체적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습성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이다. 반려동물에게도 마땅히 적용해야 할 원칙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생물 대멸종을 불러온 환경 파괴를 넘어, 지구상 가장 포악하고 잔인한 생명체로 남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칼럼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700]광화문 땜질 광장/박제균 논설위원/동아일보/2016.10.07 (0) | 2016.11.02 |
---|---|
[칼럼 699]다 내려놓아야 할 시간/이하경 논설주간/중앙일보/2016.11.01 (0) | 2016.11.01 |
[칼럼 697]지금은 덕후시대/고미석 논설위원/동아일보/2016.10.03 (0) | 2016.10.30 |
[칼럼 696]‘아니면 말고’기소와 재판/송평인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28 (0) | 2016.10.29 |
[칼럼 695]‘50대 젊은이’/고미석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9.27 (0) | 201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