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의 가시에 찔리면 피가 나곤 해서 “찌르네” 하던 것이 그 이름의 유래라는 찔레. 보릿고개를 넘기며 찔레의 여린 새순을 꺾어 먹은 적이 있는 사람은 하얀 찔레꽃을 우연히 보기만 해도 왠지 모를 애잔함이 가슴에 밀려오기 십상이다. ‘찔레꽃’이 대중가요에 드물지 않게 등장해온 배경도 달리 없다. 국악 기악곡으로 김회경이 작곡한 ‘찔레꽃 주제에 의한 25현 개량 가야금 변주곡’도 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1930년에 발표한 동시 ‘찔레꽃’은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하고 시작한다.
이를 포크송 가수 이연실이 개사해, 박태준(1900∼1986)의 동요 ‘가을밤’ 멜로디로 부른 ‘찔레꽃’은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한다. 해맑으면서도 처연하다. 장사익(67)의 ‘찔레꽃’이 가장 절절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가 살던 집에서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향기를 따라갔더니 덤불 속에 찔레꽃이 있었고, 하염없이 울다가 떠오른 가사에 곡을 붙여 불렀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44세에 이른 1993년이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하는 절창(絶唱)에 혼이 담긴 듯해, 요즘도 즐겨 듣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는 그 이듬해에 피아니스트 임동창에게 떠밀리다시피 서울 홍대 앞 소극장 무대에 처음 섰고, 또 그다음 해인 1995년 ‘찔레꽃’이 담긴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내놓았다.
그 이래 대중가요·재즈·국악 등을 넘나들며 ‘가장 한국적인 창법의 소리꾼’으로 불려온 그는 시를 가사로 삼은 노래를 즐겨 만들면서 8집 앨범을 내기까지 끊임없이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월 목 안의 성대에 생긴 혹이 발견돼 노래를 영영 못 하게 될 위기에 처했던 그가 성공적인 수술과 눈물겨운 재활 치료 끝에, 오는 10월 5∼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꽃인 듯 눈물인 듯’ 주제의 복귀 공연을 한다. “노래라는 게 즐거운 일은 더 즐겁게 해주고, 슬픔은 가볍게 해주는 샤먼(shaman)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그의 소신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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