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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90]‘피라미(?) 인터넷은행;/박학용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9.29

시온백향목 2016. 10. 21. 16:29

 드디어 한국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곧 등장할 모양이다. ‘최초타이틀은 K뱅크로 갈 공산이 커졌다.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금명간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본인가 절차를 거치면 이르면 10월 말 영업을 개시할 수도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표현을 빌리면 24년 만에 은행촌에 옥동자가 태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은행사()에 남을 개업자 표정이 어둡다. 손발이 묶인 채 장사를 시작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족쇄는 은산 분리규정이다. KT가 중심이 된 K뱅크는 은산 분리 완화를 통해 IT 기업이 50%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 계획을 세웠다. KT의 인터넷은행 지분율이 현재 8%지만 규제가 풀리면 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래야 은행 아닌 IT 기업이 실질적 주인이 돼 금융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를 가능케 하는 은행법 개정안 운명이 가시밭길이다. 여당 반대로 19대 국회 때 처리가 무산된 건 그렇다 치자.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여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지만 야당의 시퉁한 반응은 여전하다. 반대 논리는 늘 기업의 금융자본 사금고화.


 야당이 본디 반재벌 성향이라지만 이번 은산 분리 어깃장은 억지다. K뱅크가 어림잡은 3년 뒤 자산규모는 85000억 원. 전체 은행권 총자산의 0.6% 수준이다. 이런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50%를 소유한다 해서 은산 분리 근간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완화 대상에서 재벌 대기업은 아예 뺐다. 지금 막 질주해도 선두 주자를 따라잡는 데 수십 년이 걸릴 텐데 아직도 정치적 명분 타령이니 갑갑할 뿐이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불리는 중국의 간판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은행업에 뛰어들어 세계 굴지의 인터넷은행 대열에 우뚝 섰다. 사전 규제는 줄이고 사후 감독은 강화한 정책이 추동력이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한국 금융에 메기를 풀어 넣기 위함이다. 미꾸라지(은행)의 천적 메기를 같은 수조 안에 넣으면 미꾸라지가 더 강건해지리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메기는커녕 피라미로 남아 단명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무늬만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의 들러리일 뿐이다. 국회의 맹성(猛省)과 정부의 진력(盡力)을 재차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