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스크랩] 벌새

시온백향목 2011. 3. 29. 22:43

벌새

김상미


누군가가 또 세상을 떠나나 보다
포르르 벌새가 날아간다
어깨를 움찔하며 애도하는 밤나무들을 보고서  
그 새가 벌새라는 걸 알았다  

벌새는 이승과 저승 사이를 날아다니는 유일한 새
육체를 버린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전령
새 중에서 가장 재빠르고 부지런한 새

세상 떠나기 전 엄마도 그랬고 언니도 그랬고 할머니도 그랬다
인간의 마음처럼 반짝반짝 일곱 색깔로 빛나는
아름다운 무지개 새를 보았다고

그 착한 벌새가 포르르 어딘가로 날아간다
한 사람의 예쁜 영혼이 혹 저승길 잃을까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바람을 타고 있다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로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출처 : 이영희 문학세계
글쓴이 : 하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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