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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의 한 대목은 이렇다. ‘한겨울 바닷가 거친 물결 속에/ 잊어진 뱃노래 외쳐서 부르다/ 얼어붙은 강물 위로 걸어서 오는/ 당신의 빈손을 가득 채워줄/ 흰 눈이 하얗게 흰 눈이 하얗게.’ 삶과 사회를 관조(觀照)하며 사유(思惟)하는 가사를 짓고, 서정적 멜로디를 붙여, 시를 읊조리듯 노래해 온 그의 대표곡 중 하나다. 또 다른 대표곡 ‘긴긴 다리 위에 저녁 해 걸릴 때면’을 만든 배경에 대해선 “시대적 아픔이나 사회적 괴리감에 고민하는 청춘이 득실거리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조국 근대화와 독재 타도의 틈바구니에서 슬쩍 비켜나온 나 같은 장발족에게도 젊음이란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1966년 주한 미 8군 록밴드의 기타리스트·작곡가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1970년 ‘작은 배’로 가수 데뷔했던 그가 청춘의 가슴에 불을 지펴온 노래는 이 밖에도 많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하는 ‘제비꽃’을 비롯, ‘작은 배’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겨울비’ ‘저문 길을 걸으며’ ‘강의 노래’ 등을 나지막하고 묵직할 뿐 아니라 맑고 순수한 음성으로 불러 절규보다 더 강력하고 호소력 큰 파동이 가슴에 일렁이게 했다. 공식 1집 앨범을 1979년에 내놓고, 5집은 1996년에 발표했던 그가 20년 만의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오늘(8일) 공개하는 심정에 대해 “기타를 집어넣는 데 10년, 다시 꺼내는 데 10년 걸린 셈”이라고 밝혔다. 음악 활동 50년에 이른 그를 콘서트 무대에서도 더 오래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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