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416>제4과

시온백향목 2016. 9. 18. 18:53

4 김형영(1945)

 

1, 끝끝내 덜 된 집

2, 단번에 깨친 듯 거침없는 바람

3, 흥에 겨워 허구한 날 노래하는 나무

 

이 세 귀신(鬼神) 사이에 끼어보려고

반평생 기웃거리며 살았는데

끝끝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다가

 

숨 몰아쉬기도 힘든 그날이 다가와

한숨 한 번 몰아서 이렇게 써봐야지.

4, 못 지킨 빛 한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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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번호 붙여 또박또박 불러내는 끝끝내 덜 된 집’ ‘단번에 깨친 듯 거침없는 바람’ ‘흥에 겨워 허구한 날 노래하는 나무가 차례대로 비유의 옷을 벗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다가온다. 그러한 시들, 그러한 시를 쓰는 시인들의 모습으로. 많은 시인들이 추구하고 선망할 세 귀신이다. 화자도 이 세 귀신(鬼神) 사이에 끼어보려고/반평생 기웃거리며 살았는데/끝끝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단다. 어떤 소설의 한 구절이 설핏 떠오른다. 예술가의 이루지 못한 꿈처럼 스산한 건 없다던가, 가슴 아픈 건 없다던가. 그러나 4’! 시인으로서 이루지 못한 그것들보다 더 안타까운 건 못 지킨 빛 한 줄기란다. 이 시에서 귀신어떤 일을 남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였지만, 사람을 호리는 삿되고 헛된 망령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끝내 시의 귀신이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 그리고 귀신을 좇다가 생명의 근원인 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런 것 같다는 자괴감의 토로가 단번에 깨친 듯 거침없는 바람처럼 양명하고 상쾌하다.

 

그런데 이 시의 는 어디서 나온 걸까? 한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이 시를 읽어드리니 불교의 ‘4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윤회, 3(전생 현생 내생)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난, 다시는 태어나서 번뇌하지 않는 최고 경지라고. 인과응보(因果應報)’와 같은 한자란다. ‘인과응보가 정말 있다면 왜 악한 사람이 잘 먹고 잘살다 가고 착한 사람이 험하게 살다 갈까’, 참으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의문이다. 이를 단번에 해소시키는 내세나 천국이어라. 부처님과 하느님의 장부에는 우리의 삶이 빠짐없이 적힌다지. 하지만 그 결산은 먼먼 나중 일, 불교의 생명이라는 자비가 세상에 충만하기를!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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