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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27]메타포 不在정치/최영범 논설위원/문화일보/2016.07.12

시온백향목 2016. 8. 14. 15:38

 “중국과 교류해야 합니다. 중국에 대표부를 설치한다고 영국이 공산주의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중국의 국가 인정 여부를 자신과 앙숙인 노동당의 좌파 투사 베일 의원과의 관계에 빗댔다. “누군가를 의원으로 인정하는 것과,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마치 명예로운 에브베일 출신의 신사를 의원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비난을 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영국 의회에서는 오랜 호칭 전통이 있다. 반드시 존칭을 써야 하고 말은 의장을 보고 해야 한다. “○○ 지역 출신의 명예로운 의원께서라든지 ○○선거구에서 선출되신 학식 있는 의원께서라는 식이다. 경력에 따라 군 출신이면 용감한’, 변호사 출신이면 학식 있는’, 전직 장관이면 더 라이트 아너러블’(the Right Honorable) 등의 존대어도 붙인다. 금기어는 더 엄격하다. 거짓말쟁이란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 쓰고도 곧바로 취소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 그래서 용어상 부정확함이라고 에둘렀고 요즘은 정직성의 부족이라고 표현한다. ‘바보도 금기어다. 처칠 총리는 야당 의원들이 자신의 답변에 대해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비난하자 가마 밑에서 가시나무 타는 소리 같아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말뜻을 몰랐다. 조사해보니 구약성서 구절이었다. ‘어리석은 자의 웃음은 가마 밑에서 타는 가시나무 소리와 같으니 이 또한 헛되도다.’ 야당의 KO패였다. 강아지, 돼지, 악당, 비겁자 등도 금기며 비둘기라고 부르는 것도 안 된다. 이런 어법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품격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영국식 메타포(metaphor·은유) 정치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막말 싸움을 한 김동철·이장우 의원이 의원 목욕탕에서 알몸 화해를 했단다. 김 의원은 다른 의원으로 착각했었다며 싱거운 사과를 했다.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화해하는 것은 별개인 것 같다. 그러니 자질과 품격에 발전이 없다. 당시 김 의원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명예로운 의원을 선출한 대전시민을 존경합니다. 그런 의원과 같이 일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제 질문을 경청하신다면 말이죠.” 


 한국 정치는 메타포 부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