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茶)라도 한 잔 합시다 / 채련
누구와 만나자는 말 대신 '언제 차라도 한 잔 하자'라고 한다
이것은 늘상 마시는 차(茶)처럼 언제든지 부담없이 만나자라는 말이리라.
일상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을 습관이 되어 홀짝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마시는 것과
상대를 두고 마시는 것은 같은 차라도 맛과 향이 다르고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흔히들 차(茶) 하면 커피를 떠올리는 것이 대명사이지만
건강을 챙기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한방차나
건강식품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고 생활양식이 간편화 되고 서구화 되면서
커피 종류도 셀 수 없을만큼 다양하게 우리 생활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오규원 시인은 각종 MEMU를 열거하는 형식으로 시작되는
'프란츠 카프카'라는 시에서 프란츠 카프카를
제일 싼 커피 종류로 열거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가 누구인가?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난 동유럽 최고의 작가임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문호를 제일 값싼 커피로 치부하여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프란츠 카프카를 마신다는 것이다.
비영리적인 카프카의 창작관과 다르게 체코는 물론 한국에까지
상업성 케릭터로 전락하여 상호로도 남발하며
거리의 자랑거리인냥 널브러지고 있는 카프카,
경제에 이바지하는 자산의 인물로 변질된 프란츠 카프카를
흔한 커피중에 제일 값싼 커피로 전락한 것을 개탄하는
시인정신을 [프란츠 카프카]에서 독배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다도(茶道)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를 부추길 필요는 없지만
자판기에 동전 두 개만 넣으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기호품에 익숙하여 우리는 다도에서 상당히 멀어져 가는 듯 하다
굳이 다도를 들먹이지 않아도 분위기와 예를 갖추어 마음을 터놓고
차 한 잔을 나눌 때 차 한 잔의 가치는
수치적 계산으로 가늠할 수 없는 그 이상에 달하리라.
가까우면 가까워서 편안하고 거리가 느껴지는 이와는 윤활유 같은 커피 한 잔,
시에 미친 사람은 아니어도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가슴이 넉넉한 이와 언제든지 차라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다방커피어도 좋겠다.
'우리 차(茶)라도 한 잔 합시다'
- 채련 에세이집 [세 가지 빛깔의 女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