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5> 묵화 / 김종삼

시온백향목 2017. 5. 23. 00:13

묵화(墨畵)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1921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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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 안 되는 글로 이렇게 여운이 끝없는 울림이라니!

 

아마 혼자 사실 터인 할머니는 눈뜨자마자 외양간에 가, 여물통에 여물을 듬뿍 쏟아서 외동 소에게 먹였을 것이다. 당신은 찬 없는 밥을 훌훌 뜨셨을 것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선 할머니와 소는 해질 녘까지 묵묵히, 때론 논일을 때론 밭일을 했을 것이다.

 

밀레의 유명한 그림 만종속 농부 부부는 멀리 마을에서부터 들녘으로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고개 숙이고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있다. 그처럼 경건히, 공손히, ‘묵화속 할머니에게 고개 숙이고 싶다. 할머니와 소의 고되고 죄 없는 삶.

 

시 속의 할머니에게도 추석이라고 건너와, 싸이의 말춤을 추며 웃음 드릴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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