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80대 후반인 어머니 집에 들렀더니 어머니가 무척 반가워했다. 아들 내외 얼굴을 봐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주사 한 방이면 무릎 관절 아픈 게 싹 사라진다는 그 약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그 주사 한번 맞아 보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과 함께 요즘 경로당 화제는 온통 이 약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며칠 전 언론에 등장했던‘인보사(INVOSSA)’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다. 고령층 관절염 환자 대부분은 이미 연골이 닳아버린 터라 수술에 기대야 한다. 하지만 수술 자체가 부담스럽고 재활치료 기간도 길어 주저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무릎뼈 틈새로 이 약을 딱 한 번 주사하면 1∼2년은 그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어르신들이 설렐 만도 하다. 이 약은 한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7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당국 허가가 나면 하반기 중 국내 시판도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600여만 관절염 환자가 혜택을 본다. 미국에서도 품목허가가 나면 전 세계 4억여 환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별명은 ‘3박 4일’이다. 무슨 일이든 4일 안에 끝장을 보려는 성격이라 붙여졌단다. 그룹 관계자는 19년 투자 끝에 결실을 본 인보사도 그런 그의 열정과 근성의 산물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인보사 성인식’에서 “인보사는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글로벌 혁신 아이템”이라며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고 했다. 또 ‘981103’이라고 적힌 화이트보드를 들어 보이면서 참모들이 성공 가능성이 없다며 포기하라고 했던 보고서를 받아본 연·월·일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가 보지 않은 길에 과감하게 그룹 미래를 걸었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그 이윤 추구 동기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한다. 그런 기업이라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법이다. 즉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상품·서비스를 만들어주고, 투자자에게 투자에 상응하는 이익을 돌려주며,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 회장의 ‘인보사 경영’은 기업의 그런 존재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는 점에서 기업 오너들이 두고두고 음미해봄 직하다.
'칼럼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827]‘남부 백악관’ 마러라고/최영해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4 (0) | 2017.05.07 |
---|---|
[칼럼 826]좋은 부모의 조건/고미석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4.06. (0) | 2017.05.05 |
[칼럼 824]삼자성어/이현종 논설위원/문화일보/2017.04.10 (0) | 2017.05.03 |
[칼럼 823]프레임의 달인/황진선 논설위원/문화일보/2017.04.07 (0) | 2017.04.29 |
[칼럼 822]참배 정치/이진 논설위원/동아일보/2017.04.05 (0) | 2017.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