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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와 연을 끊고 산다는 점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 동생 지만씨는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는 말로 누나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진한 물’은 최순실씨다. 박 대통령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씨도 “아내가 해야 할 일들을 최순실씨가 했다. 최씨로 인해 형제간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삼남매는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세운 육영재단의 소유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박 대통령이 처음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1982년에는 최태민씨를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이유로 근령·지만씨가 반기를 들었다. 이후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근령씨는 동생 지만씨와의 송사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재벌 2·3세들도 유산 상속 등을 놓고 암투와 소송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삼성가 이맹희·건희 형제의 분쟁, 현대가 정몽구·몽헌 형제의 ‘왕자의 난’이 과거 일이라면 효성(조현준·현문), 금호(박삼구·찬구), 롯데(신동주·동빈)의 골육상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산 다툼은 그 재산이 이들의 노력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배신을 혐오하는 것도 박 대통령과 재벌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조폭 우두머리처럼 부하들에게 맹목적인 의리와 복종을 강요한다. 윤리나 도덕, 개인의 가치 판단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 비자금 등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현대차는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에어백 센서 결함과 세타2 엔진 불량 문제를 경향신문 등에 제보한 김모 부장을 해고했다. 한화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정권과 재벌의 유착을 비판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내치고, 친박이 비박을 욕하는 것과 판박이다. 배신을 혐오하는 것은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배신자를 응징하는 것은 그만큼 배신이 두렵기 때문이다. 배신자가 늘면 이들이 쌓은 성은 저절로 무너진다.
박 대통령은 검찰에 당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3개월 전만 해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최고의 특수부 검사라는 평판을 들었던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그러나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움직인 40여명의 검사들에게 탈탈 털렸다. 막강한 재벌 총수들도 검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 수뇌부를 관리하고 수사가 시작되면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줘가며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검사 비리 문제 같은 것으로 검찰이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면 도움이 안된다. 검찰은 재벌의 뒤통수를 치면서 한순간에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최태원(SK)·김승연(한화)·이재현(CJ) 회장이 그렇게 해서 감옥에 가게 됐다는 시각이 있다. 작년에는 포스코가, 올해는 롯데가 그런 이유로 검찰에 당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전직 대통령은 화합을 명분으로, 재벌 총수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사면을 받는다.
일상의 자유로움에서 박 대통령과 재벌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숙소에 누워 있어도 알아서 보고가 올라오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지시가 내려간다. 없는 듯하면서도 있고, 있는 듯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 이들은 오로지 질문을 할 뿐 답변은 하지 않는다. 누가 적어준 것을 그대로 읽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말을 하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수천만 시민이 TV로 바라보고 있는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이런 소소한 것까지 박 대통령과 재벌은 닮았다. 논어에 ‘인지장사 기언야선(人之將死 其言也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선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고 치명적인 병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 스스로는 개과천선하기 어렵다. 바로 이것이 추운 겨울에도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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